상법 개정이 진통 속에 통과됐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세부적으로는 의견차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상법 개정 과정에서 비금융사에 대한 선임사외이사 제도 확대가 활발히 논의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비록 최종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개정 과정에서 활발히 논의되면서 향후 도입 가능성을 높인 것과 차이를 보인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 의장일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현재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에만 도입이 의무화돼있다. 비금융사에 대해서는 상장사가 공시하는 지배구조보고서에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여부와 도입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도록 하는 정도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속한 의사결정 등 경영 효율성을 먼저 내세운 결과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재계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합의점이다.
최근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삼성그룹이 2023년, 롯데그룹이 지난해 일부 계열사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올해 일부 계열사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재계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바라는 사회의 요구에 응답한 결과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궁극적으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으로 가는 연착륙 수단이 될 수 있다. 선임사외이사가 단순히 사외이사의 대표라는 명예직이 아니라 사외이사 회의를 소집하고 경영진에 업무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애초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지만 올해 1월 선임사외이사인 이상훈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에 연착륙 수단이 된 좋은 사례다. 비금융사에 대한 선임사외이사 제도 확대가 활발히 논의돼 지배구조 투명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작지만 큰 걸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