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번성하면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 10위 안에 포함된 사람으로서 챗GPT의 유행이 무서웠지만 뚜껑을 여니 '아직은'이란 생각이 든다. 정보의 조합도 기사가 되지만 결국 최초의 소스를 만들어 알리는 것이 직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만드는 힘은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관계맺기, 라포르(rapport)다.
물론 요즘 챗GPT와 제미나이, 그리고 나 사이의 유대감을 떠올리면 AI가 사람을 유혹하는 기술도 상당하다. 또 전문가나 AI 세대와 비교하면 사용하는 시스템도 한정적이고 용법도 전통적인 스타일에 매몰돼 있다. 더 잘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질문을 오래 묻고 어라, 하는 촉을 발동하는 AI 밖 예스러움은 여전히 쓸모가 있다. 공시에서 보이지 않았던 문장들은 관계의 온도에서 나온다. 온도를 데우는 게 기자의 역할이다. 한 줄만 있으면 다 쓴다고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정보 한 줄이면 기사로 충분히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질문이라는 공통분모를 본다면 사외이사도 같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까. 회의 자료를 분석해 최선을 고르는 자리라면 AI가 더 나아보일 수 있다. 요약분석은 이미 AI가 꽤 잘한다. 좋은 비서이자 성실한 조사역이다.
한 사외이사는 AI의 놀라움을 자랑하기도 했다.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줄여주니 의제를 공부할 때도 효과적이라는 전언이다. 그래서 AI의 발전은 이사회가 거수기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논의로 가는 데에 도움을 준다.
AI를 보좌관으로 두는 기업은 많지만 거버넌스의 정점에 AI를 두는 기업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판단의 책임 때문이다. 기계의 합리적 결정과 인간의 승인 사이에서 책임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AI가 사외이사를 대체할 일은 아직 멀어 보인다.
물론 판단은 늘 기술의 발전보다 늦을 것이다. 유명한 AI 윌스미스 먹방의 발전 속도를 보면 대체하니마니의 고민 자체가 이미 해묵지 않았는지 의문도 든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대체의 상상을 서두르는 것보다 효용성을 어떻게 접목하는 지다.
기업은 때로 비효율적인 선택을 통해 잭팟을 터트린다. 단기 실적을 희생하되 밑그림을 그릴 시간을 버는 결정도, 감각적으로 전망 좋은 투자 기업을 고르는 능력도 그렇다. 그리고 이를 예상하는 능력은 경험에서 나온 연륜이 아닐까. 검색 능력보다는 산업의 흥망성쇠를 겪어본 역사가 이사회의 유의미한 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