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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주식이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이돈섭 기자

2026-03-12 07:59:03

사외이사가 소속 기업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업이 이사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이사 스스로 자기 돈을 들여 주식을 매입하기도 한다. 구체적 방법이 어떻든 간에 이사와 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주가 부양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련의 상법 개정으로 주주 이익을 지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식 보유에 따른 대표적 문제는 경영진 견제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분식회계 사례는 다양하다. 구체적인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따지고 보면 회계를 분식하는 이유는 하나다. 재무거래에 따르는 옵션 내용이나 주주 간 계약 등을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매출을 과대 계상하거나 부채를 축소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더 커 보이게 만든다. 회계 적정성을 감독하는 주체는 다양한데 이중 사외이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사외이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이익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려 한 정황을 발견했을 때 이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동인이 생길 수 있다.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어서다. 사외이사 임기는 어차피 정해져 있고 임기를 다 채우면 떠나야 한다.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기라도 한다면 자칫 감사위원회 독립성이 퇴색할 우려도 있다.

모 건설사의 경우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외 자회사의 매출을 과대 계상해 감독당국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회사는 주주와 이사의 이해관계 일치를 강조하며 사외이사(감사위원)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해 왔다. 회계의 적정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외부인 시각에서는 주식을 보유한 사외이사가 상장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엑시트하기 위해 관리 감독 역할에 소홀한 결과인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오너 지배력이 확고한 회사에서 주식이라도 갖고 있지 않으면 주주 입장을 고려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상법은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이사로 선임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주식을 가져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라면 핵심은 주식이 아닐 수 있다. 주식은 회사 내 이사 역할을 포지셔닝하기 위한 도구는 아닐까. 주식을 통해 회사와 이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피는 능력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