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술은 왜 비쌀까. 30년된 위스키 맥캘란이 병당 1000만원에 팔린다는데. 단순히 오크통에서 보낸 시간의 값이라기엔 지나친 거품처럼 들린다. 하지만 가치를 빚어내는 비밀은 숙성이 아닌 여과(濾過)에 있다.
맥캘란은 유독 작은 증류기를 쓴다. 작을수록 구리 접촉면이 넓어 불순물을 많이 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의 격은 증류가 끝나는 순간 결정되고, 불순물이 섞인 술은 제대로 무르익지 못한다.
S&P500은 1957년 출범한 이후 수백개의 기업을 퇴출시켰다. 코닥, 시어즈, 리먼브라더스. 한때 미국 경제의 간판이었던 이름들이 빠지고 그 자리를 애플과 엔비디아, 테슬라가 채웠다. 매년 20개 안팎의 종목이 바뀌고 있다.
편입에는 까다로운 전제가 붙는다. 최근 4분기 합산 흑자를 내야 하며 예외는 별로 없다. 테슬라는 상장한 뒤 시총이 수천억달러로 불어나는 동안에도 10년간 S&P500 문턱을 밟지 못했다. 우버 역시 상장 직후 시총 750억달러를 넘겼으나 4년 반을 기다려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여기 비교하면 코스피200은 관문이 허술하다. 편입 기준은 시가총액과 거래량, 업종 대표성. 세 가지가 전부고 수익성은 묻지 않는다. 한국전력은 2022년 한국기업 역사상 최대 적자를 냈지만 잔류했다. S&P500이었다면 편입 자격 자체를 얻지 못했을 곳이다.
그 차이가 수익률에 미친 효과는 어떨까. 시카고대 연구에 따르면 1990년 S&P500 구성종목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27년간 그대로 들고 있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은 8.82%에 그쳤을텐데, 실제론 9.81%를 기록했다. 연 1%p 차이를 20년 복리로 쌓을 경우 22%의 격차로 벌어진다.
부실 기업을 내보내지 않는 코스피200의 규칙은 지수 밖으로도 번진다. 수익성 기준이 없으니 ROE가 낮은 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퇴출 압력이 없으니 지배구조를 고칠 유인도 약하다.
2년 전 밸류업 지수가 만들어지긴 했으나 본질을 비켜갔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수백조원의 패시브 자금이 여전히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쓰는 한, 그 돈은 만성 적자 기업에도 기계적으로 흘러간다. 밸류업 ETF로 유입된 자금은 전체 ETF 시장 성장분의 0.6%에 불과했다.
결국 우상향을 위한 길은 지수의 증류에 있다. 남길 것과 날릴 것을 갈라야 한다. 맥캘란이 좋은 술인 이유는 많이 버리기 때문이다. 잘 거르지 못하는 시장은 아무리 묵혀도 향긋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