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시대, AI 100조 투자, 경제 강국 선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다양한 경제 아젠다를 던지고 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자본시장과 경제계에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분배와 평등보다 경제 성장을 먼저 챙기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코스피 5000 시대와 증시 부양책을 약속했다. 후보시절부터 저 PBR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등도 증시 부양에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는 단숨에 3000을 넘어섰다.
AI에 대한 100조 투자와 AI 3대 강국 메시지는 탁월한 아젠다 설정이었다. 인공지능 혁명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강력한 퀀텀점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하나 아쉬운 대목을 꼽자면 '총수' 회동 이벤트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일째인 지난 13일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경제인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들은 연례 행사처럼 재벌 총수 회동을 갖는다. 경제계에 투자를 다짐받고 지원을 약속한다. 함께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취지까진 좋다.
하지만 왜 '총수'인가.
'총수'의 사전적 뜻은 '전군을 지휘하는 사람' 혹은 '어떤 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총수의 개념은 상법엔 없다. 행정기관 중엔 딱 한 곳,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의 잣대를 위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이란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행정 편의일 뿐 법적 지위가 아니다.
상법상 기업 최고 경영자는 대표이사다. 주주들이 이사를 추천하고 이들이 모여 이사회를 만든다. 이사회 멤버 중 1인이 대표이사가 되고 이사회가 모여 의사결정을 한다. 이렇게 결정된 사항들을 집행하는 게 사내 이사, 집행임원이다. 미등기 이사는 의사결정은 없이 실행에 옮기는 실무임원들이다.
이재용 회장의 공식 직함은
삼성전자 회장이다. 미등기 이사로 이사회엔 참석하지 않는다. 삼성은 더 이상 그룹이란 표현을 쓰진 않는다. 총수 이재용은 공식적으로나 법적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투자를 확답할 수는 없는 자리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결정한 사안들을 집행하는 미등기 임원 역할일 뿐이다. 심지어 월급도 받지 않는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
SK의 대표이사고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다. 구광모 회장은 지주회사
LG의 대표이사고 신동빈 회장도
롯데지주 대표이사이다. 물론 신 회장은 다른 계열사 여러곳에도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주사 회장, 대표이사로서 지주사 산하 계열사들에게 로열티와 배당을 요구하는 이사회 의사 결정 과정엔 참여하겠지만 계열사 경영엔 직접 참여할 순 없다. 이게 이사회 경영이다.
총수 회동 대신 대표이사 회동을 했다면 다양한 이미지 창출이 가능했다. 이사회에 빠져 있는 총수들에겐 책임 경영을 고민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된다. 이사회 중심 경영과 이사들의 책임 강화란 확고한 메시지도 된다. 무엇보다 경제인 손목 비틀기가 아닌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통한 투자 활성화'란 프레임도 그릴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 거버넌스를 제대로 아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총수 회동 대신 시가총액 5대 기업 대표이사, 혹은 이사회 의장 회동을 했다면 더 쿨해 보였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