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지배구조를 취재하면서 여러 번 놀랐다. 일단 텐센트 최대주주는 비중국계다.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지배구조 상단에 외국 기업이 있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출자 흐름을 타고 올라가도 같은 기업이 나온다. 주인공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디어 기업 '내스퍼스'다.
내스퍼스는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를 지지하는 친백인 정권 성향의 언론사였다. 1997년 쿠스 베커가 내스퍼스 경영권을 쥐면서 투자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스퍼스는 2001년에는 텐센트, 2017년에는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딜리버리 히어로가 2021년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서 배달의민족도 내스퍼스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갔다. 쿠스 베커는 2014년까지 CEO로 그 이후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내스퍼스를 이끌고 있다.
쿠스 베커 의장이 내스퍼스에 확립한 투자 철학은 '소유하되 경영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내스퍼스는 텐센트와 딜리버리 히어로 대주주에 오른 뒤에도 경영은 기존 경영진에게 맡겼다. 텐센트는 마 화텅 CEO, 딜리버리 히어로는 니클라스 외스트버스 CEO가 경영한다. 창업 멤버인 두 사람이 누구보다 그 기업을 잘 안다고 판단한 결과다.
텐센트는 내스퍼스 성공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엔터사 2대주주 지분을 쥐고도 경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투자한 기업 최대주주와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을 맺고, 기타비상무이사 지명권을 얻어 이사회 동향을 살피는 정도다.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들어간 곳은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등이다. 내스퍼스 주주들에겐 텐센트가 본업 외에도 동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역할까지 해주는 셈이다.
내스퍼스의 성장 스토리는 소유와 경영을 일치시키는 지배구조에 익숙한 국내 기업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의결권을 토대로 이사회 중심 경영 모델을 구축한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쿠스 베커 의장은 직접 경영하지 않고도 많은 걸 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오너 경영이라는 도그마에 갇힐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