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년차를 넘어서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영풍-MBK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카드를 던지며 활로를 찾아냈다.
작년 주주총회 직전에는 계열사를 통한 지분 취득으로 상호출자 고리를 만들어
영풍 의결권을 묶었다. 올 주주총회를 앞두고서는 지분율 열세가 굳어지나 싶었지만 미국 정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판을 뒤집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부상한 시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를 활용해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을 한미 동맹의 핵심 자산으로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이끌어냈고 미국 정부가 현 경영진인 최 회장을 지지하는 모습도 만들어냈다.
미국 정부를 백기사로 들인 최 회장의 전략은
영풍-MBK 입장에서는 뼈아팠다.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희석되며 근접했던 과반 지분 확보와 멀어졌다. 현 상황에서는 소액주주의 전폭적 지지 없이는 지분율 역전도 쉽지 않다.
그러나 최 회장도 지금 확보한 우세에 안주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 회장의 개인적 우군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향후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일 것이 확실하다. 작년
고려아연 주가가 오르자 우군으로 평가됐던 많은 기업들이 지분을 팔고 떠난 걸 최 회장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영풍-MBK가 미국 정책 기조에 더 부합하는 방안을 내놓거나 글로벌 정치 지형이 변한다고 가정해보자. 미국 정부는 바로 최 회장의 적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망자로 중립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있을까.
묘수는 한두 번 판을 뒤엎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긴 승부일수록 중요한 건 결국 정공법이다. 최 회장의 전략가적 면모는 이미 충분히 입증이 됐다. 이제 중요한 건 경영자로서 본질이다. 묘수로 벌어낸 시간을
고려아연의 실적 증가와 거버넌스 혁신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