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은 이재명 정부의 상법개정과 맞물려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의 재평가를 유도하며 증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들어서는 1분기에만 511개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내는 등 프로그램 참여도가 한껏 높아진 모습이다.
그런데 올해 밸류업 계획 공시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정확히는 조세특례제한법상 고배당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의 밸류업 공시다. 이들에게는 약식 공시가 허용됐다. 상세 계획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며 정량적 지표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 정성적 기술로 대신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밸류업 공시에 알맹이가 없는 곳들이 다수다.
한 기계공업사의 공시를 예로 들면 밸류업의 목표는 "△수익중심 경영활동을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 확립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을 위한 지속가능한 배당실시 등이며 수립 계획은 △원가절감 및 생산효율화를 통한 목표 수익 달성 △생산효율화를 위한 설비 증설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및 신제품 출시" 등이다. 공시 내용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처럼 부실한 밸류업 공시가 남발되는 이유는 고배당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 배당기준일 직후까지 밸류업 공시를 제출할 때 부여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때문이다. 투자심리 개선을 유도해 주가 부양의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배당기업의 자격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고배당기업의 요건들 중 '직전 사업연도의 배당소득이 2024년 사업연도보다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이 특히 논란거리다.
한 기업은 해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반면 연간 주당 배당액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배당총액이 줄고 있다. 그런데 유관기관의 해석에 따라 '직전 사업연도'를 2024년으로 간주하고 2024년의 주주 배당소득이 2024년보다 줄어들지 않았으니 요건을 충족했다고 명시했다.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린 기업들 중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법령에 제시된 고배당기업 기준의 실
효성이 의심스럽다.
미국-이란 전쟁 등 여러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가 6000을 넘어서는 등 증시는 활황이다. 다만 증시 호조의 이면에 자리한 '무늬만 밸류업'은 영 불편하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합리적 인사이트 없이 오른 주가가 기업가치의 올바른 재평가일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