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적정 인원은 통상 7~10명 내외로 거론된다. 이 정도의 규모를 갖춘 뒤 사외이사의 독립성 보장과 수적 우위를 통해 사내이사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력까지 확보됐을 때 효과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가능해진다고 평가된다. HD현대그룹의 이사회는 이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다.
지주사 HD현대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의 5인 이사회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상법상 별도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가 갖출 수 있는 최소 규모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1명 많기는 하나 사내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있어 독립성이 완전하게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런 이사회 구성이 그룹의 9개 상장사 중 8곳에 일괄적으로 적용돼 있다.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그룹 차원의 '이사회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사회 의장의 경우 이사회에서 선임하도록 정관에 기재돼 있으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상장 계열사가 6곳이나 된다. 겉보기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만 같다.
실제로는 어떨까. theBoard가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이사회 평가'에서 HD현대그룹은 평가
대상 계열사 9곳 중 6곳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50위 내에 진입했다. 가장 순위가 낮은
HD현대인프라코어도 174위로 중상위권에 위치했다. 그룹 차원에서 준수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HD현대그룹 이사회 시스템의 핵심은 견제기능에 있다. 사외이사 선출 과정이 사내 경영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지는 않으나 임원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사내 경영진의 통제가 가능하다.
감사위원회 역시 사내 경영진 견제의 다른 축이다.
HD현대그룹 상장사 감사위원회는 전부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으며 위원장에게는 사외이사만의 회의 소집권한과 사내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선임사외이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이사회 총원이 10명을 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어떤 곳은 무려 15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사회의 대형화는 자연히 의사결정의 비효율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HD현대그룹의 작은 이사회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다른 기업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닌 합리적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