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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사회 참호를 어떻게 깰까

최명용 SR본부장 겸 부국장

2026-01-21 07:47:02

참호구축, 부패한 이너써클, 골동품.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비판 수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인연이 있거나 친한 인사들로 참호를 구축했다는 비판에서 시작해 이너써클이 부패했다고 비난했다. 6년이 지나면 골동품이 된다고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이해 관계가 같아지는 모습을 비판했다. 금감원은 특별 점검을 하고 지배구조 TF를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금융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규제와 감시 속에서 일을 한다. 한달에 몇차례씩 회의를 한다. 복잡한 금융 용어와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정책들에 회의 내용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조금만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현재는 옳았던 결정이 먼 미래엔 잘못된 결정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정권이 바뀌면 그때 왜 그런 결정을 했느냐고 몰아 세운다.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이젠 주주들에 대한 충실의무도 져야 한다.

이런 책임을 지면서 금융 지식을 갖춘 인물을 구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렵다. 사외이사들을 만나보면 금융회사 사외이사 자리는 가기 싫다는 말이 돌아온다. 일만 많고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이사진 돌려막기에 참호구축이라고 비판을 하지만 실제론 인력 풀 찾기가 만만치 않다. 돌고 돌아 다른 금융지주에서 이사를 한번 했던 교수들을 다시 찾게 된다.

금융당국은 JP모건 사례를 들었다. 미국계 투자은행등은 경쟁사 출신을 이사회 멤버로 맞이하고 학계 인사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론 한국 규제 상황에서 불가능한 말이다. 금융사 사외이사들은 이해 관계 상충이 없어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상 중요한 거래 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 관계 또는 협력관계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2년이내)은 사외이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금융사 사외이사들은 언제든 법조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 소송 대리인이나 법률 자문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조계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수도 없다. 다시 교수나 전직 임직원을 찾게 된다.

해법은 없을까. 의외로 심플한 답이 나올 수 있다. JP모건처럼 사외이사를 관리하면 된다. 사외 이사와 거버넌스를 둘러싼 규제를 완화하고 사외이사의 대우를 달리하면 인력 풀은 늘릴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예시로 들었던 미국 투자은행들은 보수와 대우가 한국과 사뭇 다르다. JP모건의 사외이사는 평균 보수가 45만달러(약6억원, 2024년 기준, 참고)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피에르 드 웩 사외이사는 두군데 은행에 사외이사를 하면서 71만달러(한화 약 10억원)를 보수로 받았다. 피에르 드 웩 사외이사는 UBS 북미와 유럽에서 일한 70대의 베테랑 CEO 출신이다.

삼성전자가 2억원이 안되는 보수를 제공하고 있고 대기업별로 순차적으로 조금씩 깎이는 게 관행이다. 중견 기업은 월 200만원, 대기업은 월 500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도 많아야 1억원이 조금 넘는다. 70세 룰로 회장 나이 제한을 두면서 자연스레 이사회 멤버들도 자연스레 나이 제한에 걸린다.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TF를 구성해 금융지주들의 이사회를 들여다 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사회 운영의 잘잘못을 따지고 참호 구축에 따른 사익 편취를 단죄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지배구조를 둘러싼 제도도 손보길 권한다. 이해 상충 이슈에 대한 완화, 나이 제한, 보수 체계 재정립 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임원들이 한국의 금융지주에 들어 오도록 제도를 정비하면 신선한 반향이 일 것이다. JP모건 출신 이사회 멤버가 참여한다면 참호 논란은 쉽게 깨질 수 있다. 윽박만 지른다고 깨질 참호가 아니다.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면 그에 걸맞게 제도를 함께 손보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