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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 승계의 조건

최명용 SR본부장 겸 부국장

2026-03-16 07:23:03

삼성가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무슨 옷을 입고 신발을 신었는지도 관심사다. 사소한 일상도 뉴스가 되고 크고 작은 행동에 모두 의미를 부여한다.

최근 이재용 회장의 아들 지호 씨의 군입대 소식이 들렸다. 지호씨는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 이중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성인이 되자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장교로 입대했다. 해군장교의 복무 기간은 36개월, 훈련기간을 포함하면 39개월의 군생활을 하게 된다.

지호씨의 해군 입대에도 각종 해석이 뒤따른다. 재계에선 '4세 승계 포석'이란 키워드를 떠올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자녀에게 경영을 승계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는 삼성이 국민적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다. 이 회장도 고초를 겪고 있을 시점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20만 전자를 넘어서며 자본 시장을 떠받쳤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달라 지게 했다.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란 새먹거리까지 성공시켰다. 삼성에 대한 국민적 온도가 달라졌다. 여기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오너가 자제라면 승계에 대해 한번 곱씹어볼만하다.

승계는 크게 두가지다. 지분, 즉 오너십의 승계와 경영의 승계다.

주지하다시피 오너십 승계는 쉽지 않다. 선대 회장의 지분을 오롯이 승계하는 것은 대한민국 상증세법상 불가능하다. 100의 지분으로 창업을 해도 2세대는 35%, 3세대는 13%가 남는다. 4세대로 넘어가면 6% 정도 남는다.

이 회장의 승계과정도 험난했다. 삼성은 에버랜드EB와 삼성SDS CB 등 각종 기법을 써서 이재용 회장이 18% 수준(삼성전자 1% 삼성물산 18%)의 지배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지호 씨로 넘기면 한자릿수 지분율로 낮아진다. 어차피 소유구조는 분산된다.

경영 승계는 다른 얘기다. 삼성의 의사결정구조는 이미 전략적 오너의 판단을 전문경영인이 실행하는 구조로 돼 있다. 삼성은 콘트롤타워를 없애고 십수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콘트롤타워의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과거 비서실과는 그립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회장의 오너십은 지분과 혈통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시장과 CEO들의 인정에 더 가깝다. 이 회장을 대신해 전략적 오너 역할을 할 대체자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오너급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다면 오히려 내부 분란만 커질 것이다.

지호씨의 승계를 논하려면 '인정'이란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과 주주, 더 나아가 국민의 인정이 필요하다. 도덕성, 리더십, 전문성, 정당성 등을 갖춘 후계자라면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도덕성은 일단 스타트가 좋다. 군대만큼 민감한 키워드가 없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입대를 한 것부터 점수를 얻었다. 정당성과 승계의 투명성 등은 훗날 다시 평가를 해야 한다.

리더십과 전문성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BMW(콴트 가문) 포드(포드) 로슈(호프만) 월마트(월튼)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중 많은 곳이 가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가문내에서 경영 승계를 할만한 후계자를 고르고 훈련을 시킨 뒤 경영을 맡긴다.

공통적으로 외부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뒤 가문에 다시 들어오도록 한다. △해외 교육 △글로벌 기업 경험 △계열사 전략 부서 경험 △ 사업부 책임 △그룹 경영 참여란 공통점이 발견된다.

지호씨가 이같은 길을 걷고 전략적 사고와 리더십, 도덕성을 갖춘다면 승계 불허와 같은 입장은 언제든 뒤집어도 된다.

삼성의 지속 가능성은 삼성 임직원 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한국 경제에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다. 삼성 뿐 아니라 대부분 재벌의 안정적인 거버넌스와 경영 승계는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슈다.

재벌 가문을 무조건 인정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터부시할 것도 아니다. 자격을 갖춘 가문 후계자라면 인정의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아니라면 이사회와 주주 참여로 견제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