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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에서 실질로…독립이사 제도 운영의 질이 관건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선임 투명성·보상 체계는 과제"

안정문 기자

2026-03-26 16:47:02

국내 독립이사 제도가 외환위기 이후 형식적 견제장치에서 실질적 감시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도입과 확산 단계를 넘어 운영의 질이 핵심인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 20여 년간의 변화는 사외이사 비중 확대와 공시 강화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주주 중심 충실의무와 책임 강화로 이어지며 이사회 역할 자체를 재정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향후 실질적 독립성 확보가 과제라는 평가와 함께 책임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외이사의 핵심 역할로는 판단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제시됐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 여전히 독립성은 과제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보드 포럼 2026(theBoard Forum 2026)의 첫 번째 세션에서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는 국내 독립이사 제도 현황과 변천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사외이사 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 내부 견제 장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입됐다. 이후 2000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법제화됐고 2009년 상법 특례를 통해 제도적 기반이 강화됐다. 최근에는 판례와 제도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감시 기능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더보드 포럼(2026 theBoard Forum)'에서 ‘국내 독립이사 제도 현황과 변천사’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신 교수는 “도입 초기에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내부통제와 감시 역량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 변화는 △비율 의무화 △공시 강화 △판례를 통한 실질적 의무 확대 △주주 지향 충실의무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수치상 변화는 뚜렷하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 비율은 2020년 58.4%에서 2024년 61.4%로 상승했다. 여성이사 비율 역시 2020년 5.3%에서 2024년 16.5%로 높아졌다. 자산 2조원 미만 기업들의 수치 역시 우상향했다.

그러나 제도 정착과 별개로 실질적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 추천 중심의 선임 구조, 정보 접근 제한, 책임 대비 보상 체계 미흡 등이 대표적이다. 신 교수는 “사외이사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형식적 독립성과 실질적 독립성 간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책임 부담이 커지면서 사외이사 기피 현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소송 리스크 확대와 함께 판단 책임이 강화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보상 및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주 충실의무 확대, 사외이사는 판단의 질을 높이는 존재

제도 변화의 분기점은 2025년 상법 개정이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율 기준도 상향됐다.

이로 인해 이사회는 단순한 경영 자문 기구를 넘어 주주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요구받게 됐다. 신 교수는 “소수주주 보호가 강화되는 만큼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의 정교함과 절차적 정당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실무적 정의도 제시됐다. 사외이사는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주체가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점검하는 감시자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사외이사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핵심은 의사결정의 전제와 가정을 점검하고 질문을 통해 판단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로는 대규모 투자안에서 실패 시 손실 한도와 대안 시나리오를 질문함으로써 의사결정 구조를 보완한 경험이 소개됐다.

또 산업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사외이사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기본적 질문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국내 독립이사 제도는 도입과 확산 단계를 넘어 운영의 질이 핵심인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신 교수는 현재를 정착 단계지만 시스템적 문제점이 존재하는 시기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는 독립이사 선임 절차의 투명성, 정보 접근 체계 구축, 책임에 상응하는 보상 구조, 이사회 기록과 공시의 정교화 등이 중요하다”며 “제도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기업 거버넌스 수준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