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쿠팡은 이에 반발해 법원에 동일인 변경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986년 제도 도입 이래 동일인 지정에 불복해 기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유로 친족의 쿠팡 경영 참여를 들고 있다.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등기임원 수준의 급여와 보수를 받았고 한국 쿠팡 회의에 참여한 점을 근거로 내세우는 중이다. 이를 통해 김 의장 일가의 사익편취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쿠팡 측 반론은 김 의장 및 친족이 한국 쿠팡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 쿠팡은 미국 법인인 쿠팡Inc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김 의장 및 친족은 한국 쿠팡의 임원으로 일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전처럼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근거인 계열사 미출자와 경영 미참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 주장은 모두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공정위는 친족 경영 참여의 형식보다 실질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동일인 제도의 본래 취지라고 볼 수 있는 실질 지배자를 규정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쿠팡 측은 명확한 지배구조와 임원 미선임이라는 형식을 부각하면서 관련 법령의 엄격한 해석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최종 결론도 양측이 주장하는 실질과 형식 중 법원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판결과 무관하게 현 동일인 제도의 한계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40년 전 제도가 도입될 당시 동일인은 국내 토착 재벌을 상정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요 기업 지배구조는 재벌 외에도 다국적법인, 사모펀드(PEF) 등으로 다양화됐다.
이렇게 다양한 지배구조를 동일인이라는 단일 개념으로 규율하는 것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번 쿠팡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제도가 시대에 맞게끔 변화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신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