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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LX 승계와 이사회 수업

김동현 기자

2026-07-15 07:31:37

최근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지주사 LX홀딩스 지분 7.85%를 장남 구형모 사장에게 증여하기로 하며 그룹의 승계 시계가 빨라졌다. 구 사장이 부친 지분을 받으면 지분율이 19.6%로 뛰며 단번에 최대주주 자리에 앉는다.

그동안 구 사장의 승계는 기정사실로 평가받았다. 구 회장의 1남 1녀 자녀 중 그룹 내 재직 중인 유일한 인물인 데다 범LG가의 확고한 장자 승계 원칙 역시 구 사장의 승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너가라는 시선을 거두고 경영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구 사장은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큰 관문이 남은 상태다. 한 회사의 경영인으로 수많은 시장 관계자와 소통하며 기업을 위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이끈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2022년 신생회사인 LX MDI 대표를 맡으며 계열사 지휘봉을 잡았으나 이 회사가 그룹 내부 매출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능력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구 사장이 올해 이 한계를 넘어설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2021년 LX그룹 출범 이후 지주사와 경영컨설팅 계열사에서만 근무한 그가 지난 3월 석유화학 계열사 LX MMA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처음으로 사업회사에 적을 두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LX MMA는 국내 1위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던 회사지만 최근 2년 사이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회사의 성장 전략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구 사장이 이사회에 배치돼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특히 LX MMA는 지분구조상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사회 소통이 중요한 곳이다. 이 회사는 LX홀딩스(50%), 일본촉매(25%), 스미토모화학(25%) 등 3사 합작을 오랜 기간 유지하며 지분율에 비례한 4대 2대 2의 인적 구성으로 이사회를 운영 중이다. 올해 LX 몫의 등기임원 1인으로 선임된 구 사장은 파트너사와 소통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발전하고 실적 반등까지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그룹 경영 참여, 지분 수증 등 후계자로 올라서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구 사장의 승계 종착점은 결국 지주사 대표 선임이다. 지주사 이사회 일원과 소통하고 마침내 그룹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 능력, 그 수업이 지금 LX MMA 이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