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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3연임 제한, 숫자가 답하지 못하는 것

조은아 SR본부 차장

2026-08-03 08:07:42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또 미뤄졌다. 당초 3월 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예정된 발표가 당일 취소됐고 4월도 그대로 넘겼다. 7월 들어서도 발표 날짜가 몇 차례 거론됐지만 번번이 미뤄졌다. 7월 마지막 날로 예상됐던 발표 일정 역시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취소됐다.

이번 연기만 놓고 금융당국이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 반년 동안 개선안이 가이드라인 권고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법률을 통한 직접 규제 사이를 오간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어디까지 법으로 강제할지를 정하는 일은 그만큼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이다.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면 폐쇄적인 승계구조를 끊을 수 있지만 경영의 연속성과 주주의 선택권까지 함께 제한할 수 있다.

3연임 제한 논의를 접하자 금융권에서 낯설지 않은 '70세 룰'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숫자 하나로 거취를 정하는 방식이 닮았기 때문이다. 69세까지 회장을 잘 수행하던 사람이 70세가 되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질 리 없다. 이번에는 나이가 횟수로 바뀌었다. 두 번째 임기까지는 괜찮던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순간 '부패한 이너서클'의 정점이 되는 걸까.

물론 장기 재임의 부작용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재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직과 인사에 대한 회장의 장악력이 커지고 우호적인 이사회가 형성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에서는 견제받지 않는 회장이 사실상 주인처럼 군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장기 재임을 모두 장기 집권으로 볼 수는 없다. 오랜 기간 조직을 사유화하고 견제 장치를 무력화했다면 분명 실패한 지배구조다. 반면 경영 성과와 주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임기를 이어가며 장기 전략을 완성했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재임 기간이 같아도 한쪽은 '집권'이고 다른 한쪽은 '선택'일 수 있다.

무엇보다 회장의 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이사회와 주주다. 지난 임기의 성과와 실패를 따지고 경쟁 후보들의 역량과 비전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 세 번째라는 이유만으로 후보에서 제외하면 판단은 간단해지지만 이사회와 주주가 져야 할 책임도 그만큼 가벼워진다.

이사회가 회장에게 '그만'을 말하지 못하는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현직 회장이 후보군과 선임 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연임은 평가의 결과가 아니라 예정된 수순이 된다. 다만 이때 고쳐야 할 것은 횟수가 아니라 과정이다. 회장을 정기적으로 바꾼다고 건강한 승계구조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룰을 만드는 일은 판단하는 일보다 쉽다. 세 번째 임기를 금지하면 한 사람의 장기 재임은 막을 수 있지만 좋은 회장을 남기고 부족한 회장을 교체하는 일까지 숫자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세 번째 임기에는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막아야 할 것은 세 번째 임기 자체가 아니라 검증 없이 주어지는 세 번째 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