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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의 파트너는 누구인가

이돈섭 기자

2026-08-10 08:23:16

기업 이사회에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독립이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재무·회계를 비롯해 법률, 기업경영, IT 등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인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한다. 이들은 이사회 테이블에 올라오는 다양한 안건 가운데 자기 분야와 관련된 사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한다.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다른 이사의 전문성에 서로 기대게 된다.

파트너들도 있다. 재무·회계 분야 전문성을 갖고 이사회에 진입한 독립이사의 경우 그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독립이사 개개인의 전문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의 파트너가 소극적이거나 이견을 갖고 있다면 그의 전문성을 이사회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 분야 독립이사와 그의 파트너가 동시에 바뀌게 되는 경우다. 최근 한 상장사에서는 독립이사가 임기 만료로 이사회를 떠났고 거의 같은 시기 그의 파트너였던 CFO도 계열사로 인사가 났다. 후임 독립이사는 새로 부임한 CFO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이사회 경험이 풍부했던 독립이사와 달리 이 CFO는 이사회 활동이 처음이었다.

독립이사 선임 이후 수개월이 지난 최근 이 사외이사는 전임자와 전 CFO 사이 다양한 프로토콜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CFO와의 소통은 전임 독립이사 몫이었기 때문에 다른 독립이사들은 관련 프로토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규 독립이사와 CFO는 전임 독립이사와 3자 미팅을 갖고 프로토콜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이사회도 결국 하나의 조직이고 조직에는 기억이 쌓인다. 이사회 업무가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그 기억이 특정 개인 관계 안에 축적되고 사람이 바뀌는 순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독립이사 개인 역량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너 기업에선 지배주주 의중이 거버넌스 개선 작업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독립이사가 경영 환경 변화를 감안해 외부 전문교육 필요성을 피력하더라도 경영진이 예산 책정에 소극적이라면 집행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치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은 회사 안팎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서 독립이사 역할만을 유독 강조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