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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작용과 반작용의 거버넌스 개혁

이돈섭 기자

2026-10-14 08:22:02

헤겔의 정반합 이론을 요즘 자주 떠올린다.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충돌을 거쳐 더 높은 수준의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한다는 변증법의 논리 도식이다. 최근 만난 법조인 출신의 한 상장사 독립이사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반합을 염두에 두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는데 적잖이 반가웠다.

기업 거버넌스 제도의 변화 양상이 꼭 그렇다. 지난 탄핵 정국을 거쳐 출범한 정부 여당이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정책을 추진할 때만 해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정책에 이견을 내면 거대한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얘기도 들렸다. 코스피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부 여당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는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중복상장 규제부터 개정 상법 운영 방식까지 정부 여당이 주도해 온 거버넌스 정책의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다.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구체적인 적용 방식에는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위원회 운영 방식이 대표적이다. 정책 당국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주주 간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 이사회 외부에 독립적 특별위를 설치해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합병 과정에서 자체 판단으로 특별위를 설치하지 않았다가 감독당국의 문제 제기에 직면했다. 시장에서는 특별위 설치 권고가 사실상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오너 기업이라도 지배주주의 태도와 이사회 운영 방식에 따라 특별위 설치의 실익은 달라질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나 중복상장 규제 역시 개별 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도적 취지가 정당하더라도 적용 방식까지 일률적일 필요는 없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앞으로 정부 여당이 추진해 온 정책에 대한 반작용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그동안 수면 아래에 머물렀던 다양한 의견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정과 반의 충돌은 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 역시 반론을 억누르기보다 이를 수용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