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사회 평가 기사를 준비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의 채점표를 살펴봤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AI 열풍 속에서 몸집을 키운 기업들의 양극화된 점수였다.
국내 증시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곳 모두 실적에 더해 이사회 구성, CEO 승계정책, 보상 제도 등을 잘 구비한 결과였다. 반면 AI 특수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반도체 장비, 기판, 전력기기 관련 중견기업 상당수는 점수가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위권 중견기업의 핵심 문제는 실적이 아니었다. 하위권에 포함된
한미반도체의 작년 총자산이익률(ROA)은 28.08%로
SK하이닉스(29.02%)와 비슷했다. 차이는 결국 이사회 운영에서 발생했다.
이들 중견기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이나 기능 측면에서는 여전히 중견기업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중, 위원회 구성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이들 중견기업이 관련 규제를 위반한 건 아니었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는 시가총액이 아닌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한다. 시가총액이 수조원을 웃도는 중견기업이라도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이면 이를 지킬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들 중견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달라져 있다. 주가에는 일반 주주들의 성장 기대가 담겨 있다. 주가가 높아진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개연성도 커진다. 이들 중견기업의 행보가 향후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대기업 못지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견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급격한 주가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실적 외에 지배구조 등 기업 전반을 향한 시장의 주목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들 중견기업이 최소한의 기준에 머물지 않고 이사회 운영 측면에서도 시가총액만큼 높은 평가를 받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