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소재 코스닥 상장사 태광이 셀프 감액배당에 나섰다.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감액배당 안건을 결의하고 이를 주주총회에 올려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비과세 혜택을 누리게 됐다. 최근 17년 연속 배당에 나선 태광이 올 사업연도 결산 이후 직전연도의 배당 수준을 계속 이어간다고 가정할 경우 태광의 윤성덕 회장은 5억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별도 세 부담 없이 그대로 챙기게 된다.
지난 29일 태광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자본준비금 중 170억원의 이익잉여금 전환 안건을 상정했다. 지난달 태광 이사회가 해당 내용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의한지 한 달여 만이다. 해당 안건은 지분 절반 가량을 가진 오너 일가 지지에 원안 그대로 주총을 통과했다. 태광 측은 '주주 친화적 배당정책 확대를 위해 누적된 자본준비금을 감액, 비과세 배당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이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광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결산배당을 실시, 지난해의 경우 보통주 한주당 250원씩 총 65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태광이 최근 배당규모를 올해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번 이익이여금 전환으로 향후 2년 치 이상의 배당 재원을 추가 확보한 셈이다. 작년 한해 연결 기준 태광의 매출은 2668억원, 영업이익은 399억원이었다.

상법에 따르면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증가된 이익잉여금을 배당 재원으로 삼으면 해당 배당금에는 배당세를 매기지 않는다. 자본준비금과 이익잉여금이 자본금의 1.5배를 넘는 경우 그 초과분 범위 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태광의 자본준비금과 이익잉여금 합계는 378억원 수준이었다. 해당 합계에서 자본금 133억원 1.5배(199억원) 초과분 180억원이 이익잉여금 전환 가능
대상이었다.
지난해 배당 규모가 올해 이어질 경우 윤성덕 회장이 수령하는 배당 수익은 5억64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 시작 이후 태광은 거의 매년 배당규모를 확대해 온 점을 감안하고 윤 회장이 지분을 매도하지 않을 경우 향후 배당수익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배당은 이번에 추가로 적립한 재원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별도 세 부담이 없어 실질 소득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태광 이사회는 창업자 윤성덕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인 윤원식 사장과 윤준식 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회계사 출신의 맹진욱 사외이사 등 4명의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전체 이사회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데다, 윤 회장 일가가 모두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감시한다고 보기 힘들다. 윤 회장 측이 감액배당을 스스로 결정한 셈이다.
여기에 윤 회장 일가가 태광 지분 절반 가량(45.02%)를 보유하고 있어 웬만한 반대가 있지 않고서야 주총에서 이사회가 올린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무리가 없다. 이번 감액배당으로 가장 큰 비과세 혜택을 보는 이는 개인 최대주주인 윤 회장이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감액배당은 모든 주주에게 유리한, 몇 안 되는 정책이지만 기업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오너 일가가 스스로 결정하고 표결하면서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맹점도 갖고 있다"면서 "최근 수년 간 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감액배당 시도가 이어졌는데 코스닥 상장사도 해당 법의 맹점이 지적받기 전에 서둘러 감액배당을 실시하고 보자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 출범한 태광은 산업용 배관자제 제조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다. 윤성덕 회장의 아들 윤원식 태광 사장이 지분 절반 가량을 가진 대신인터내셔날이 태광의 지분 27.3%를 갖고 있다. 윤원식→대신인터내셔날→태광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만 윤 회장은 태광의 지분 8.52%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윤원식 사장과 윤 사장의 형제인 윤준식 씨도 각각 0.06%, 0.17%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