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어떤 인물이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와 전략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이사진의 면면으로 기업의 경영상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이지만 이사회 구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사회 규모는 비슷하지만 전문영역에서 색깔이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한국 출신의 학계와 정책 전문가를 중심으로 다소 내향적 거버넌스를 구축했지만 TSMC는 다르다. 미국 출신 인사가 대다수로 글로벌 기업의 전임 CEO가 포진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규모·성비 '비슷'…'더 젊은' 삼성전자 이사회 12일
삼성전자의 2025년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이사회 총원은 9명으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6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삼성전자가 이 정도 규모로 이사회를 운영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는 사내이사 5명에 사외이사 6명 등 이사회 총원이 11명에 이르기도 했다.
사외이사 비율은 66.7% 정도다. 예년과 비교해 사외이사 수는 유지됐지만 사내이사를 줄이면서 사외이사 비율이 상승했다.
TSMC도 비슷하다. TSMC 이사회도 이사 3명과 사외이사(독립이사) 7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외이사 비율은 70%로
삼성전자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사진의 성비도
삼성전자와 TSMC 둘다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둘다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두 명씩 소속되어 있다. 연령으로 따지면 오히려
삼성전자가 젊은 편이다. 70세 이상인 이사가 TSMC는 6명이지만
삼성전자는 한 명도 없다.
삼성전자 이사진 중 최고령자는 신제윤 사외이사로 67세이며 전영현 부회장(64세)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60세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성상 공통점은 또 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대표이사가 오너나 설립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실질적 경영권을 보유했지만 등기이사는 아니다. TSMC의 설립자인 모리스 창 전임 회장도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전영현 부회장이며 TSMC는 C.C.웨이(C.C.웨이) 회장이 CEO로서 이사회에 소속됐다.
◇국내 중심, 학계·관료 중심 삼성전자 vs 글로벌 CEO 포진된 TSMC 그러나 각 이사진의 면면을 뜯어보면 차이점이 뚜렷하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 구성부터 다르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DX부문장 사장과 송재혁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이 각각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TSMC는 TSMC차이나(China Co., Ltd.)를 이끌고 있는 FC쳉(F.C. Tseng) 전임 부회장과 춘센예(Chun-Hsien Yeh) 국가발전기금 관리위원회 대표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핵심 거점을 이끄는 해외법인 대표와 최대주주 측 인사가 이사라는 의미다. 국가발전기금은 대만의 국가발전위원회가 운영하는 펀드로 춘셴예 이사는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사외이사의 국적도 TSMC가 훨씬 다양한 편이다. TSMC의 경우 대만 출신 사외이사가 린촨 이사 한 명뿐이고 5명의 사외이사가 미국 출신, 1명이 영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미국 출신인 것은 미국에서 매출의 70%가량을 벌어들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역시 주요 매출처가 미국이지만 해외 출신 인사는 김준성 사외이사 한 명뿐이다. 싱가포르 투자청 토탈리턴그룹 이사를 지낸 김 이사는 국적이 싱가포르다. 나머지 이사진은 모두 한국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진의 주요 경력에서도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는 전체 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학계 인사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조혜경 한성대학교 AI응용학과 교수,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이다. 신제윤 사외이사와 유명희 사외이사는 각각 금융위원회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TSMC는 다르다. 기업 CEO 출신이 이사회에 대거 포진해 있다. 피터 본필드(Sir Peter L. Bonfield) 이사, 마이클 스플린터(Michael R. Splinter), 모셰 가브리엘로프(Moshe N. Gavrielov), 우르술라 번스(Ursula M. Burns), 린 엘센한스(Lynn L. Elsenhans), 린촨(Chuan Lin) 등 독립이사 7명 중 6명이 기업 CEO를 지낸 경험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기업 경영 현장에서 뛰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와 NXP 반도체, 캐던스디자인시스템즈 등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은 이도 있다. 특히 마이클 스플린터 이사는 나스닥 수석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어 TSMC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국제 자본시장의 흐름과 투자자의 시각을 직접 반영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TSMC 이사회에서 학계 인사는 MIT 총장을 지낸 라파엘 라이프(L. Rafael Reif) 이사 한 명이다.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과학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