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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금융지주 이사회 만장일치의 이면

감병근 기자

2026-02-09 07:57:56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안건 통과율 100%, 만장일치의 기록이 이사회 독립성 부재를 드러낸다는 게 논리의 핵심이다.

외부에서 보면 사외이사가 주축인 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지주 회장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거수기 집단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 만장일치가 나오기까지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사회 소위원회만 열려도 이사회 사무국 등 금융지주 내 관련 부서는 사실상 전시 상태에 돌입한다. 단순히 일정과 의안을 안내하는 걸로 업무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안에 대한 사외이사 성향과 우려 사항 등을 사전에 파악해 설득과 보완 과정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본 회의에서 ‘No’가 나오지 않도록 주요 안건은 수차례의 사전 보고와 논의를 거친다. 결과적으로 이사회 본 회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보다는 완성된 합의를 발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이런 방식을 선택한 건 금융업의 본질과 연관성이 깊다. 금융업은 신뢰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사회 불협화음이 외부로 표출되면 시장은 이를 지배구조 리스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표를 던지는 행위가 단순히 이사 개인의 소신을 넘어 주가 하락이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지주 입장에서 보면 이사회 반대표는 사전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사회가 독립성을 지니고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만장일치의 결과만 놓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효용성을 평가하는 건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중요한 건 만장일치라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가 존재했냐의 여부가 아닐까.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금융지주도 이사회 운영 과정의 노력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밑의 노력을 어떻게 당국과 시장의 신뢰로 풀어낼 지 금융지주의 고심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