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주주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년여 전 오너가 분쟁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백기사로 등장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서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국 회장이 이사회 장악 시도에 나설 경우 기존 사외이사 거취가 불투명해진다.
한미약품의 김태윤 사외이사(사진)는 올 3월 재선임이 되지 않더라도 자기 나름의 주식투자 성과를 만든 점이 눈길을 끈다.
◇ 신동국 회장 주요 계열사 이사회 장악 나설까 김태윤 사외이사의 임기는 내달 개최되는 정기주총까지다. 상법 상 사외이사 최대임기 6년을 모두 채우지 못해 재선임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과 그의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송 회장의 두 아들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갈등을 겪을 때 송 회장 측 백기사로 등장한 신동국 회장이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대한 것.
이른바 모녀 형제 간 갈등 과정에서 모녀 측 지원을 위해
한미약품 지분과
한미약품 모회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대량 취득한 바 있는 신동국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26일 현재 신동국 회장과 한양정밀 측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를 갖고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격 기업이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산하
한미약품 지분 7.7%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신동국 회장이 당초 주식 취득 시점 약속과 다르게 경영에 간섭한다는 의혹이 일었다는 점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신동국 회장이
한미약품 공장 소속 임원의 성비위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 신동국 회장이
한미약품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영숙 회장 측은 신동국 회장이 당초 계약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동국 회장 측은 독자 행보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일각에서는 신동국 회장 측이 오너가 지원 역할을 넘어 그룹 최대주주 역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한미약품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 장악 시도를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그룹 사외이사들은 모두 송영숙 회장 측 오너십 아래에서 선임된 이들이다.
한미사이언스에선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가 없지만
한미약품에선 김태윤 사외이사를 비롯해 윤영각 윤도흠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임기를 마친다. 재선임에 필요한 정족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과반수 찬성이다.
한미약품 이사 선임을 좌우하는 주주는 지분 41.4%를 가진
한미사이언스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지분을 모두 보유한 신동국 회장이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는 구조다.
◇ "주주 간 갈등이 사외이사에 투자 엑시트 기회 제공" 신동국 회장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해 임기 만료를 맞이하는 기존 사외이사들이 상법 상 최대임기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자기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미약품그룹에서 유일하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김태윤 사외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 사외이사는 2023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돼 그해 8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자기 돈 2억원을 투입해 도합 778주를 확보했다.
주식 취득 이후 2024년 모녀 형제 간 갈등이 촉발됐고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송영숙 회장은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만 보유하고 경영 일선에서 후퇴해 비상장 가족기업인 독일의 바스프 지배구조와 같은 모델을 구축하길 원했다"면서 "하지만 자녀들이 이에 극구 반대하면서 오너가 일원 간 분쟁으로 비화했는데 지금도 그 바람은 유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시 주가가 움직인 건 신동국 회장과 기존 오너가 일원 간 갈등이 본격화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이 분쟁을 주가 급등 재료로 봤다. 26일
한미약품의 종가 기준 주가는 59만4000원이다. 김태윤 사외이사는 단순 계산으로 130% 이상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 사외이사의 주식 확보가 책임 경영 성격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재선임에 실패하는 경우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상법 상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입장에서는 소속 기업에 장기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사외이사도 경제적 인센티브 없이 이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 투자와 주가 급등으로 상당 이익을 본 경우 그 자체만으로 사외이사 개인으로선 이사회 활동 성과라고 여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극단적으로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재직 기간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 주가 상승이 더 이상 어렵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부담스러운데 주주 간 갈등이 오히려 엑시트 기회를 제공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시점 주주 간 갈등은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추가 주가 상승도 점치는 분위기다. 주주 간 갈등이 확대가 거버넌스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