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하이닉스 정기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사회 구성원 변화였다. 신규 선임과 재선임, 사임 등이 맞물리며 직전과 비교하면 구성원의 절반 가까이를 바꾸게 됐다. 특히 이번에 이사회 의장이 바뀌는 중요한 이슈도 있다.
이사회에 큰 변화가 생기는 국면이다. 또 최근 SK하이닉스도 국민주로 거듭나면서 소액주주 수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주총 현장에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표이사인 곽노정 사장이 전면에 나서 경영 현황과 질의응답 대부분을 소화하며 적극적인 주주 소통에 나섰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등 이사회 진입, 절반 가까이 '물갈이'
SK하이닉스는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안건은 모두 사전 투표에서 70%가 넘는 찬성표를 확보하면서 현장에서 별도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통과됐다. 사내이사·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SK하이닉스 이사회는 대폭 변화했다.
우선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사장)이 안현 개발총괄 사장을 대신해 사내이사로 신규 진입했다. 김정규 SK스퀘어 대표이사(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한명진 SK텔레콤 통신(MNO) CIC장을 대신해 자리를 채웠다.
사외이사 변화도 크다. 우선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던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6년의 임기를 꽉 채워 물러나게 됐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과 최강국 법무법인 가온 고문(전 EY 매니징디렉터)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기존 이사회는 총 9명이었는데 이번 주총을 거치며 총 10명으로 늘어났다. 직전 이사회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운 인원이 새로운 구성원이다.
◇소액주주 급증 속 사외이사 대부분 불참…곽노정, 주주소통 '고군분투'
SK하이닉스 사외이사 중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해 공개 발언을 한 인물은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양동훈 동국대 경영대 회계학과 명예교수가 유일했다. 이외에 다른 기존·신임 사외이사들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부터 사외이사 대부분은 주총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경쟁사와는 다른 지점이다. SK하이닉스와 메모리 반도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이사회 구성원에 신임 후보자도 주총에 참석한다. 또 올해 주총에서는 임기 만료나 중도 사임하는 사외이사가 주총 현장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주총과 차이점이 여럿 있다. 삼성전자는 주총 행사장에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한다. 또 해당 사업부 임직원을 제품 옆에 배치해 주주들에 설명을 돕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행사에 이런 구성이 전혀 없다. 다만 이는 물리적인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총을 열지만 SK하이닉스는 이천 본사에서 개최해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주총에서 한 소액주주가 '삼성전자는 HBM 실물을 샘플 가져다놓고 샘플 놓았는데 내년에는 주주들에게 HBM 실물을 전시했으면 좋겠다'라고 질의했다. 곽 사장은 "제품 샘플은 주총 당일에 전시하고 주주님들께 보여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잘 검토해 보겠다"라고 화답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출처: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주총이 주주친화적으로 변한 것은 액면분할로 인한 주주 수 급증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12월말 소액주주 수는 14만4283명이었다. 2018년5월 액면분할 이후 같은해 12월말에는 76만1374명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에서의 선전으로 국민주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향후 변화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소액주주 수는 2023년12월말에는 58만7776명, 2024년12월말에는78만867명이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118만623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 이날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SK하이닉스의 성과를 격려하면서도 주주환원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발언을 했다. 곽 사장은 소액주주들의 질의에 대해 모두 홀로 답하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번 주총에서 키워드로는 △순현금 100조 마련 목표 △미국 ADR 상장 △액면분할 등이 있다.
곽 사장은 '순현금 100조 얘기를 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질의에 대해 "(주주환원과 순현금 확보는) 순서의 문제일 수 있다. 목표로 하는 현금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순서가 좀 바꼈을 뿐이며 결과적으로 그런 형태(주주환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방향)로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주총때 주가가 20만7000원이었고 올해는 100만원이 넘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적기 투자와 기술개발이다. 만약 경영 실적 좋지 않으면 배당금도 못드리고 자사주 소각도 못할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성과 내기 위해선 일정 규모 현금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가 써야할 투자금을 고려해보시면 과거와 같은 다운턴이 오더라도 꾸준히 투자하고 성장 이어갈 수 있고 주가를 더 올리고 배당도 더 드리고 자사주도 더 매입 소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간 과정이라 만족하지 못한 부분 있을텐데 기다려주시면 작년보다 올해가 좋아지는 만큼 좋은 회사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