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9일
고려아연 이사회를 재편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한 자리인데요.
오늘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맞서 감사위원 후보로 나온 박유경 후보님을 모셨습니다. 박 후보님은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의 자회사인 APG자산운용에서 아시아 태평양 책임 투자를 총괄하는 본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1995년부터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오셨습니다.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그리고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 10년 정도 투자은행에서 업종 분석하고 기업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으로 가서는 미국하고 유럽에서 책임투자, 기후변화, 거버넌스, ESG 이런 아주 거대한 흐름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 2008년부터 시작해서 지난 2025년까지 (APG자산운용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책임투자 총괄로서 활동했습니다.
최초에는 책임 투자 원칙에 맞추어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스크리닝 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요. 그 역할을 하다 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거버넌스가 굉장히 기본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이제 시장 참여자로서 아니면 주주로서 기업들의 거버넌스 구조 그리고 시장의 거버넌스에 관련된 법이나 규제 부분에 관해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장기간 투자자로 한국 기업을 만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꼽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니까요. 그래서 이제
삼성전자 주주 관여 활동을 하게 됐는데
삼성물산, 제일모직 그때 당시에 이제 한참 문제가 됐을 때 주주 관여를 하다가 국회 청문회장, 특별위원회에 끌려가게 됐어요.
거기 참고인으로 가게 됐고 결국은 더 나아가서 재판정에도 가게 됐어요. 검찰 측의 참고인으로 가게 됐는데요. 그때 당시에 주주관여 활동을 하면 이렇게까지 되는구나라는 경험을 했고 그때마다 '아 이게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 아시아 기업지배구조협회 한국워킹그룹 의장, 또 국민연금 ESG 위원 등을 지내셨습니다. 그 시기에 한국 기업 거버넌스에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반대로 마지막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 있다면요?
주마등처럼 막 지나가는 게 있는데요. 제가 시작한 건 2008년 말인데 그때 당시에는 거버넌스라는 용어 자체가 한국에 별로 없었어요. 거버넌스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설명을 했어야 됐고요.
이사회가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경영진을 만나서 주주 관여 활동을 하면 이사회 역할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 경영진이 없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경영진들이 이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존중 없이 ‘내가 그 이사회를 꾸리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굉장히 강했고요. 그리고 주주들도 본인들의 책임, 의무, 주주 권리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인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주주총회를 주주들이 안 갔어요. 주주총회를 간다고 하는 기관 투자가들을 제가 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근데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나오고 교육 같은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데요. 그때 당시에 주주를 시장이 발견하게 된 거죠. 주주들이 책임과 권한을 알 수 있고 주주로서 ‘의무가 있구나’ 라는 것에 대해서 인식을 하게 되는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 안 바뀐 것은 무엇이냐. 아직도 경영진은 이사회를 본인들이 초대를 해서 꽂아 놓는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이사회가 잘 돌아가는 기업들도 이사들을 그냥 고문 정도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아직 경영진의 인식은 멀었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작년 4월 더벨 인터뷰에서는 시장이 후퇴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상법 개정안을 자본시장 성숙도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도 말씀을 하셨는데 개정 이후 실제 변화는 체감되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 제가 그 말씀을 드린 이유는 상법 개정에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된다.' 그 부분을 집어넣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때 당시에 생각을 해 보시면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너무 컸어요.
16개 기업이 나서서 반대를 했거든요. 공동 성명서 발표를 했어요. 저는 그런 거 처음 봤어요. 대기업 대표가 나와서 그렇게 상법 개정에 반대를 한다는 거 처음 봤거든요. 보통은 상장사협의회나 아니면 전경련 등 큰 단체 뒤에서 숨어서 뭔가 의견을 개진하거든요.
재계의 이런 움직임을 보고 그 성명서의 내용을 보니까 너무 화가 났어요. 구시대적인 논리를 가지고 아직도 성명서를 내는지. 그런 의미에서 제가 보기에는 아 후퇴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아주 다행히도 우리 시장이 리트머스 테스트를 통과를 해서 이제 한 단계는 올라간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건 뭐냐 하면 낮은 수준에서의 논쟁이 없어요.
아까 말씀드린 성명서에도 보면 교각살우다. 그런 말을 많이 했거든요. 해외 투기 자본들이 공격을 할 것이다, 투자와 경영을 못한다 상법 개정을 하면요. 그런 얘기 이제는 안 통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요.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좀 구시대적이지 않고 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걸 가지고 좀 다투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최소한 대기업 상장 회사들을 만나면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어떠냐, 이제 앞으로 밸류업을 해야 되느냐, 정말 2026년에 맞는 그런 논쟁을 하기 때문에 이런건 굉장히 좋아요. 주주 환원 정책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 단계는 올라간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사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말씀하셨고 LG화학 물적분할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언급하셨거든요. 그중 고려아연은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용어를 좀 우리가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경영권이라는 말은 근본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기서 우리가 쓸 수 있는 말은 지배권 분쟁이 맞을 것 같아요.
지배권 분쟁은 있을 수 있어요. 미국 회사나 아니면 유럽 회사를 볼 때 지배권 분쟁이 있을지라도 일반 주주의 이익은 해치지 않아요. 그 중심을 누가 잡아주냐면 이사회가 잡는 거예요.
특히 독립 감사위원이나 아니면 독립이사 분들이 그 중심을 확 튼튼히 잡고 지배권 분쟁은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일반 주주의 이익은 절대 훼손하면 안 된다는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제
고려아연 이사님들한테 여쭤보고 싶어요. 독립이사들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감사위원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어떤 래셔널(rationale)을 가지고 이사회에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요. 충분히 견제와 감시를 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꼭 여쭤보고 싶어요.
◇고려아연 유상증자 문제가 있었잖아요. 이건 따로 어떻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해외 연기금 쪽에서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APG에 있을 때
고려아연 주주였어요. 그래서 이 부분을 이제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실은
고려아연 회사 IR 분들이랑도 미팅을 했고요. 이것은 이사회에서 걸러졌어야만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주주 가치가 희석이 되니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절차적으로도 조금 부족한 면이 있고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문제 제기하는 독립이사분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이사회 분들을 만나면 꼭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프로세스가 있어서 결국은 하려고 마음을 먹고 통과가 됐는지요. 그래서 충분한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졌던 것인지에 대해서 꼭 여쭤보고 싶습니다.
◇공고상 박 후보님은 영풍이랑 MBK가 추천한 중립 후보로 지금 소개되고 있습니다. 형식상으로 특정 주주의 주주제안을 통해서 들어온 후보인데요. 이걸 중립 후보라고 말씀하시는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을 하실 수 있을까요?
저는 APG에 있으면서 주주제안을 많이 해봤어요. APG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지만 그 이사님이 가셔서 독립적으로 상법에 맞게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본인이 독립성을 충분히 발휘를 하시고요. APG와는 상관없이요. 그래서 저는 추천을 드리고 몇 년 동안 그분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한 번도 연락을 안 하고요. 절차적인 정당성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근데 제가 이번에는 독립이사 후보가 됐는데요. 추천이 굉장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졌고요. 저는 몰랐어요. 추천을 하시는 분께는 제가 추천을 받지만 저는 독립이사 후보로 가고 그 부분에 대해서 이제 100% 이해하고 계신다면 추천하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최종 후보로 선정이 됐는데 그때도 제가 제일 먼저 질문한 내용이 저는
영풍의 대리자가 아니고 독립이사로서, 감사위원으로서 독립적으로 충실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물어봤어요. 당연하다는 얘기를 들었죠. 그래서 최종 수락을 한 것입니다.
◇후보 추천 이후에 영풍 MBK와 어떤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원칙 같은 걸 따로 세워두신 게 있을까요?
최대 주주뿐 아니라 주요 주주,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국민연금이나 아니면 다른 기관 주주들이 계실 텐데 소통은 똑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주주든지 가리지 않고 주주분들이 원하실 때 언제든지 소통을 할 준비가 돼 있고요. 이제 결정을 내릴 때는 회사에게 가장 좋은 게 무엇인가,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좋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고 이사회 활동을 할 것입니다.
◇후보님은 회계사나 재무 전문가 출신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감사위원으로서 본인의 장점은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회계사는 아니었더라도 지난 30년 동안 기업 재무제표 분석을 했고요. 파이낸셜 넘버를 보거나 분석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고요. 기업 영업 분석 이건 제 주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특히 밸류에이션이라든지 M&A에 관련된 분석이라든지, 덧붙여서 거버넌스 관련된 주주 가치에 대한 분석은 제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위원으로 취임하시면 가장 먼저 들여다볼 사안 하나만 꼽는다면요?
저는 전반적으로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의 퍼포먼스 리뷰를 요청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이제 법이 바뀌었고 법의 정신이 바뀌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감사위원들이나 감사위원회가, 아니면 이사회 전체가 어떤 식으로 더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지배권을 위해서 다툼이나 분쟁 같은 게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이 너무 오래되면 결국은 일반 주주들의 의심을 사고 일반 주주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안한 요소가 될 것 같아요.
특히 독립이사들이 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특별위원회를 요청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지배권 분쟁에 대해서 이사회가 뭔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찾아보는 그런 역할을 좀 요청드릴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게 최윤범 회장 측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이사회 내에서 감사위원 1인으로서 가능한 내용일까요?
아닐 수도 있죠. 근데 1인이 0인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기사들을 보면 이건 안 될 것 같은데하고 의아한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분명히 독립이사 타이틀인데 여기는 최윤범 회장님 쪽이야, 그리고 여기는 아니야, 이렇게 나뉘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그건 굉장히 큰 일이에요. 왜냐하면 독립이사님이 그런 식으로 분류가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이사회 멤버로서 독립이사로서 특히 선관 의무와 성실 의무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부정하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지금 계신 독립이사님이라면 굉장히 불편할 것 같아요.
◇고려아연 3월 정기주총에서는 소액주주 다수가 현재 경영진을 지지했습니다. 만약에 이번에 임시주총 들어가시게 되면 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나요? 중립을 유지 중인 국민연금, 현대차, 또 이번에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크루서블 JV 등에게 따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소액주주님들께 최윤범 회장님이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든지, 아니면 전략적인 자원의 분배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점수를 많이 따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감사위원회로 들어가게 되면 경영진이 하고 있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서포트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서포트를 하더라도 자본의 효율성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 모든 주주들한테 기회가 균등하게 이익이 나눠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눈을 똑바로 뜨고 볼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를 서포트를 해 주시라고, 뽑아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견제와 감시를 하는 게 반드시 경영진의 반대를 한다 이건 아니에요. 최대 다수 주주의 최대 행복, 최대 이익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고요. 그것은 이제 제가
고려아연 이사회에 있는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독립이사가 있어서 이 사람이 자본에 대해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리고 경영진에 대해서 항상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주의 눈으로 감시를 하면 그게 얼마나 유용할까, 그런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이번에 받으신 공개 추천 방식이 사실상 국내 첫 사례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사례가 자리를 잡으려면 우리나라 시장에서 어떤 것이 보완됐으면 하는지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프로세스를 보니까 굉장히 신선했어요. 근데 이제 앞으로 필요한 것은 풀(Pool)이 넓어야 돼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예를 들어서 학계에 계신 몇 분, 회계 전문가 몇 분 이런 게 아니고요. 충실의무를 다하리라고 마음먹은 전문가분들이 집단으로 많이 계시고 그분들이 다양하게 뽑힐 수 있도록. 그런 풀이 넓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봤고 전반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