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 도입 결정 뒤에는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있었다. 7월 이사회 내에 새롭게 설치된 비상설 기구다. 1조1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에 앞서 경영진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립이사진에게 별도 심의를 맡겼다. 더 강도 높은 검토를 위해서다.
◇독립이사 4인, 심의 선별 후 다각도 검증…외부 의견 청취도
SK바이오팜은 7월 이사회 결의로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3월 정관을 고쳐 근거를 만든 지 4개월 만이다. 대규모 투자나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 독립이사로만 구성되는 비상설 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는 오파칼림 도입을 심의하는 역할로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은 한창 미국 바이오텍 바이오헤이븐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오파칼림과 Kv7 활성화제 화합물,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권리를 확보하는 딜이었다. 8월 26일 체결한 최종 계약은 최대 1조996억원 규모로 지난해 연결 매출의 156%에 달한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이사 4명으로 꾸려졌다. 위원장은 서지희 이사회 의장이 맡았다. KPMG 삼정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위원으로는 미국 바이오텍 미네랄리스 테라퓨틱스 최고사업책임자를 지낸 김민지 독립이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인 김용진 독립이사, 신한DS 대표이사 사장 출신 조경선 독립이사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두 달간 회의를 거치며 회계와 의학, 사업개발, 경영 등 각자의 이력을 살려 재무적 타당성과 상업성을 다각도로 따졌다. 물론 내부 자료 검토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임상 항목은 외부 전문가 의견을 별도로 받았고 경쟁사가 같은 물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심의에는 담당 임원이 함께 참석했으며 미국 상업화 조직과 임상 총괄 책임자를 따로 부르기도 했다.
계약 조건과 투자 안전장치도 점검했다. 계약금 4억달러 가운데 5000만달러는 거래종결 1년 뒤로 지급 시점을 미뤘다. 규제기관이 연구개발 중단을 결정하거나 품목허가에 실패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특별위원회 검토를 거친 오파칼림 도입 안건은 8월 26일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독립이사 4명이 전원 참석했다.
◇상시 기구 대비 강화된 권한…투자 검토 4단계 구축
SK바이오팜은 2024년 3월부터 독립이사 협의체를 운영해 왔다. 이번에도 검토 초기에는 독립이사들이 협의체에서 거래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계약 규모가 크고 짚어야 할 쟁점이 다수 나오면서 심도있게 볼 항목을 추려 별도 기구에서 따로 다루기로 했다. 특별위원회를 꾸린 배경이다.
달라진 지점은 권한이다. 기존 독립이사 협의체는 현안을 토의한 뒤 이사회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안건을 제출하는 데서 역할이 끝난다. 반면 특별위원회는 이사회가 위임한 사항을 직접 심의하거나 의결한 뒤 결과를 보고할 수 있다. 위임 범위 안에서는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는 의미다.
특별위원회 신설로
SK바이오팜의 투자 검토 체계는 4단계가 됐다. 실무진 중심 투자심의위원회와 ESG/전략위원회, 독립이사 협의체에 의결 권한을 가진 기구가 더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주요 투자건 리스크 점검 회의도 연 2회로 정례화했다.
SK바이오팜은 신규 성장축으로 잡은 RPT와 TPD 도입에도 특별위원회를 꾸릴 전망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큰 사안이라 독립이사들이 계속 의견을 냈고 고민한 기간도 길었다"며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협의하고 소명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