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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소수주주된 금융지주 산업자본

고진영 SR본부 차장 

2026-08-28 14:20:02

소수주주 보호를 강화한 개정 상법이 내달부터 시행된다. 대규모 상장사는 집중투표를 정관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런데 금융지주 이사 추천제에 엉뚱한 부작용이 생겼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전문성이나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봐도 손이 묶여 있는거죠. 검증 책임은 임추위에 지우면서 정작 판단할 기회는 안주는 겁니다.” 최근 만난 금융권 취재원의 불만이다.

금융지주는 목적이 다른 두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고 있다. 산업자본의 지배력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그리고 대주주 독주를 막기 위한 소수주주권이다.

주주제안권과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주주제안권은 소수주주들의 이사 추천권을 보장해주고, 집중투표제는 흩어진 표를 한 사람에게 모아준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애초에 과반 지배주주가 생기기 어렵다. 은행지주의 동일인 의결권 지분은 원칙적으로 10%, 산업자본은 4%까지만 허용된다. 견제할 지배주주는 없는데 견제 장치만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맹점은 지방은행에서 생긴다. 지방은행지주는 산업자본 지분 상한이 더 높아 15%까지 보유할 수 있다. BNK는 롯데 계열이 10.8%, JB는 삼양사 측이 14.98%를 쥐었다. 법률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자격이 된다. 금융회사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6개월 이상 의결권 주식 0.1% 이상을 보유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요건을 갖춘 주주가 독립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임추위는 그 후보를 추천안에 포함해야 한다. 정관으로 배제할 수도 없으니 지분 1% 이상 주주의 청구가 있으면 무조건 집중투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4년 JB금융 주총에서는 이사 5명을 집중투표로 뽑았다. 모두 7억9342만표가 행사됐는데, 한 석을 확보하려면 그 6분의 1을 넘는 1억3224만표가 필요했다. 한 주에 다섯 표가 주어지는 만큼 보유주식으로는 약 2645만주다.

당시 삼양사 측 보유주식이 2877만주였으니, 마음만 먹었더라면 집중투표로 한 자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금산분리가 제한하려는 산업자본의 영향력을 소수주주권이 높여주는 결과가 된다.

게다가 집중투표의 힘은 한 번에 뽑는 이사의 수에 비례한다. 이사가 다섯 명이면 출석 표의 6분의 1, 아홉 명이면 10분의 1만 넘어도 이사회 한 석을 확보할 수 있다. 선임 이사가 많을수록 필요한 지분율의 문턱은 내려가고, 금융지주는 국내에서 독립이사가 유독 많은 업종이다.

또다른 이슈는 후보검증 절차에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임추위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만 이사를 뽑도록 한다. 후보가 금융회사 독립이사에게 요구되는 자격과 독립성을 갖췼는지 임추위가 먼저 따져보라는 취지다.

그런데 같은 법 17조 4항은 주주제안 요건을 갖춘 주주가 추천한 독립이사 후보를 임추위가 반드시 명단에 넣도록 했다. 법이 정한 기준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임추위는 후보를 거르지 못한다. 금산분리를 풀 요량이 아니라면 어딘가 허술한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