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앞다퉈 찾는 독립이사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 회사에서 임기를 마친 뒤 다른 회사로 옮겨가거나, 두 곳 이상의 이사회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독립이사들이 적지 않다. 같은 인물을 다시 선임하는 기업도 있고 산업에 따라 선호하는 경력과 전문성도 다르게 나타났다. theBoard가 2025년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 210곳의 독립이사 현황을 바탕으로 반복 선임과 겸직, 이동 경로, 산업별 인선 특징을 살펴본다.
대형 상장사의 독립이사 중에서는 두 곳의 기업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인물이 77명에 달했다. 2025년 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조사 대상 다른 회사에서도 독립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을 이사회에 두고 있었다. 이사회 내 한 명이 아니라 복수의 겸직 독립이사를 선임한 기업도 38곳에 달했다.
겸직 독립이사는 여러 기업의 수요가 어떤 인물에게 모였는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지표다. 어떤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복수 기업의 선택을 받는지 비교하면 대형 상장사들이 선호하는 독립이사의 특징도 가늠할 수 있다.
겸직 독립이사는 전체 인원의 9% 수준이지만 이들이 맡은 자리는 전체의 16%를 웃돌았다. 겸직 독립이사의 단순 집계 인원은 전체 모수 대비 10분의 1 수준이었으나 전체 이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분의 1이었던 셈이다.
◇860명이 937석 차지…77명 두 회사서 동시 재임
theBoard는 2025년 12월31일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210곳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독립이사 현황을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 201곳과 코스닥시장 9곳이 대상이다. 상법상 독립이사의 겸직은 두 곳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루는 겸직 이사는 모두 두 곳에서 이사 활동 중이다.
그래픽=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210곳의 대형 상장사 이사회에서 독립이사가 차지하는 자리는 모두 937석이다. 이 자리를 860명이 맡았다. 77명의 동시 재임 독립이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겸직 독립이사 77명은 전체 독립이사 인원의 9%로 나타났다. 154개 자리를 채운 만큼 전체 937석 중 16.4%를 겸직 사외이사가 차지했다. 사람 수로 보면 10명 중 1명에 못 미치지만 이사회 자리로 보면 6개 가운데 1개꼴이다.
타사 이사회 경험은 독립이사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경력으로도 판단된다. LS는 타사 독립이사 경험을 합리적인 시각을 갖춘 배경으로 설명했다. 예종석 독립이사와 이대수 독립이사의 선임 배경에 타사 독립이사 활동도 명시됐다. 현대차증권은 상장사 독립이사 경험을 후보자의 전문성과 높은 이해도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제시했다.
대기업 외로 겸직 기업의 모수를 넓히면 전체 조사대상인 210곳에 한정하더라도 겸직 독립이사의 수는 더 늘어난다. 독립이사 명단과 이들이 겸직하는 기업을 210곳에 한정했고 다른 상장사나 비상장사에서 맡은 이사직은 포함하지 않았다.
예컨대 S-Oil은 조사 대상 기준으로 독립이사 6명 가운데 이은형, 강진아, 이재훈, 이전환 이사 등 4명이 각각 두산에너빌리티, 현대모비스, 에스원, 풍산 독립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권오규 의장도 HS효성 독립이사를 겸하지만 HS효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집계에서는 빠졌다.
또 고려아연은 이사회 규모만 19인, 이중 독립이사가 13인인 만큼 겸직 독립이사가 7명에 달했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캐피탈, 유니드, 한국앤컴퍼니, 인천도시가스와 한진, 코드잇 등이다. 이중 3인만 210개 기업 모집단 안에서 겸직해 4명이 제외됐다.
◇110곳서 겸직자 선임…38곳이 154자리 절반 이상 차지
기업 단위로 보면 겸직 독립이사를 한 명 이상이라도 둔 곳은 210곳 가운데 110곳으로 52.4%에 달했다. 적어도 겸직 독립이사를 선임하는 경향성이 대기업 사이에서는 확인된다는 이야기다.
겸직자가 한 명인 기업이 72곳으로 가장 많았다. 두 명은 33곳, 세 명은 4곳, 네 명은 1곳이다. 두 명 이상을 둔 기업은 모두 38곳이다. 조사 대상 전체의 18.1%, 겸직자를 한 명 이상 둔 110곳 가운데서는 34.5%다.
자연스럽게 38곳의 겸직 독립이사 자리에 전체 겸직 자리의 상당수가 몰려있다. 38곳에서는 모두 82석의 겸직 독립이사 자리를 두고 있는데 전체 겸직 자리 154개의 53.2%를 차지한다. 전체 기업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8곳에 겸직 자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셈이다.
겸직 독립이사는 여러 기업에 넓게 분포하지만 겸직자의 복수 선임을 택한 기업은 일부였다. 절대 인원을 함께 고려하는 이유는 독립이사 수가 적은 기업들은 한 두명만으로도 그 비중이 크게 올라갈 수 있어서다.
다만 두 명 이상의 겸직 독립이사를 선임했다는 것은 이사회 전체 규모와 관계 없이 조사 대상 다른 회사들과 인재 풀이 겹친다는 점도 시사한다.
또 복수의 겸직 독립이사를 택한 기업은 대규모 상장사뿐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기업의 독립이사들을 두루 선임했다. S-Oil과 고려아연,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앤컴퍼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210개 기업 중 겸직 독립이사가 많은 기업들의 210개 기업 밖 전체 겸직 현황을 역추척해 본 결과다.
◇20곳은 독립이사 절반 이상이 겸직자
복수의 겸직 독립이사를 둔 38곳 중 20곳은 이들이 이사회 내 독립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사대상 전체의 9.5%다. 20곳의 겸직 독립이사 자리는 45석으로 전체 154개의 29.2% 수준이다.
한국앤컴퍼니는 독립이사 4명 중 3명이 조사 대상 다른 상장사에서도 독립이사를 맡고 있다. 민세진 이사는 금호석유화학, 이호영 이사는 GS건설, 이상훈 이사는 고려아연 독립이사를 겸한다. 겸직자 비중은 75%다.
S-Oil은 조사 대상 내 겸직자가 4명으로 절대 인원이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독립이사 6명 가운데 4명으로 비중은 66.7%다. 계룡건설산업도 독립이사 3명 가운데 신동렬 이사와 이상호 이사가 각각 KCC와 이마트 독립이사를 함께 맡아 겸직자 비중이 66.7%다.
다만 비중에는 이사회 규모가 영향을 미친다. 독립이사의 절반 이상이 겸직자인 20곳 가운데 13곳은 독립이사가 4명이다. 조사 대상 전체에서도 4명 체제가 99곳으로 가장 많다. 네 명 가운데 두 명만 겸직자여도 비중은 50%가 된다.
때문에 비중만으로 기업별 선임 성향을 판단하기보다 복수 선임 여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두 명 이상을 둔 38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곳에서 겸직자가 독립이사 구성의 절반 이상까지 올라갔다. 다른 대형 상장사에서도 활동하는 인물을 복수로 선임하는 기업에서는 특히 다른 회사에서 독립이사로 활동하는 지 여부도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