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독립이사 공백을 일시이사로 메웠다. 문홍성 전 독립이사가 물러난 지 17일 만이다. 새로 선임된 인사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인 최재원 교수다. 재무학을 전공한 최 교수는 금융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해온 이력이 있다.
최 교수의 합류로
미래에셋증권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독립이사 4명으로 다시 구성됐다. 등기이사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었고 독립이사 비율은 50.0%에서 57.1%로 올라갔다. 다만 최 교수의 임기는 차기 정기주주총회까지다. 법원이 결원을 임시로 메우는 일시이사를 선임한 만큼 내년 3월 정식 선임 절차가 남아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구성의 변화다. 이번 인선으로
미래에셋증권의 독립이사 4명은 모두 현직 대학교수가 됐다. 증권·은행 등 금융회사를 경영해 본 독립이사는 2020년 3월 황건호 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물러난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감사위 3인 요건 붕괴…공시 16일 만의 법원 결정
미래에셋증권은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독립이사의 선임·해임 또는 중도퇴임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최 교수의 선임일은 9월 11일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법원의 일시 독립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결정문 송달일을 효력 발생일로 기재했다.
발단은 문 전 독립이사의 중도 사임이다. 문 전 이사는 2025년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독립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선임 당시 임기는 2027년 3월 정기주총일까지였다. 올해 3월 24일 주총에서 감사위원으로 다시 선임됐지만 8월 25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서를 냈다. 재임 기간은 1년5개월이다.
문 전 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사임 이후 감사위원회에는 송재용·안수현 독립이사 2명만 남았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감사위원회를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감사위원 중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도록 규정한다. 또 감사위원 가운데 1명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여야 한다. 문 전 이사는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외화자금과·금융협력과장 등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회계·재무 전문가로 분류돼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8월 26일 공시에서 "감사위원인 독립이사의 사의 표명에 따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의 감사위원회 구성요건에 미달"한다며 "상법 제386조 제2항에 의거하여 결원 보충을 위한 일시이사 선임을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결정은 그로부터 16일 뒤에 나왔다.
일시이사로 감사위원 자리를 채운 인물이 그대로 이사회에 남은 사례는
미래에셋증권 안에 이미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 1월 23일 송재용 서울대 석좌교수를 일시 독립이사 겸 일시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감사위원이던 성태윤 전 독립이사가 2023년 12월 31일 사임한 직후였다. 송 교수는 두 달 뒤 정기주총에서 임기 2년의 정식 독립이사가 됐고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전기공학에서 재무학으로…금융위 민간위원 이력
최 교수는 1977년 2월생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금융공학 석사,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재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학을 시작으로 금융공학을 거쳐 재무학으로 전공 영역을 넓혔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경영대학에서 조교수와 부교수로 재직했다. 2023~2024년에는 같은 대학 교수로 일한 뒤 2024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부터 사회과학대학 교무부학장도 맡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정책 자문 경력도 있다. 2024년부터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했고 지난해부터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정책 자문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올해는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자본시장분과 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정책자문단 자문위원을 맡았다.
다만 관료 출신은 아니다. 정부 부처에서 근무한 경력이 아니라 학계 전문가로서 민간위원 자격으로 정책 자문에 참여해왔다.
금융회사 실무 경력은 학계로 옮기기 전에 쌓았다. 본인 이력서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홍콩에서 지수옵션 트레이딩을, 도이체방크 싱가포르에서 자산부채관리(ALM) 업무를 맡았다. 이력서에는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 대한 자문·연구 경험도 적혀 있다. 다만 자문 시기는 기재돼 있지 않다.
기업 이사회 경험은 올해부터다. 현재 의료기기 기업 휴이노의 독립이사 겸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독립이사와 감사위원을 겸임한다. 재무학 박사 학위와 대학 교수 경력을 감안하면 상법 시행령상 회계·재무 전문가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독립이사 4명 전원 현직 교수…관료·증권맨 빠진 이사회
최 교수 합류로
미래에셋증권 이사회는 김미섭·허선호 대표이사와 전경남 트레이딩사업부 대표 등 사내이사 3명, 송 의장과 석준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 교수 등 독립이사 4명으로 구성됐다.
전문분야(BSM)는 경영전략·IT·법률·재무로 나뉜다. 송 의장은 글로벌 경영·경제, 석 교수는 IT·신성장, 안 교수는 상법·자본시장, 최 교수는 재무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분류된다. 네 명 모두 현직 대학교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사회 구성의 색깔은 달라졌다. 대우증권 시절인 2012~2015년에는 강정호 전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신호주 전 한국증권업협회 상근부회장, 조기상 전 롯데캐피탈 이사,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오찬석 전 한영회계법인 대표, 조대환 변호사 등이 사외이사로 참여했다. 금융업 실무와 관료, 회계, 법조 경력이 혼재한 구성이었다.
미래에셋대우로 간판을 바꾼 2016~2019년에도 금융업 경력자 비중이 높았다. 황건호 전 회장과 홍성일 전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윤택 전
효성 재무본부장, 권태균 전 조달청장, 국세청과 재정경제부를 거친 김병일 전 강남대 교수, 박찬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차례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학계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한 것은 2020년부터다. 그해 3월 황 전 회장과 김 전 교수가 퇴임한 뒤 조성일 중앙대 교수, 이젬마 경희대 교수, 김성곤 전
종근당 신약연구소장 등이 합류했다. 이후 성태윤 연세대 교수, 석 교수, 송 의장이 차례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정용선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까지 물러나면서 관료 출신 독립이사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