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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주주가치가 모독받지 않길

김태영 기자

2026-10-28 08:20:40

‘너는 사랑을 모독했어’

미국 록밴드 본 조비의 대표곡 중 하나인 ‘You Give Love a Bad Name’의 제목이자 핵심 소절의 뜻이다. 화자가 약속받았던 진정한 사랑은 그저 화자를 이용해먹기 위한 구실이었다는 내용이다. 화자는 이를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고 일컫는다.

사랑과 같이 세상에는 그 자체로서 긍정적인 낱말들이 제법 있다. 문제는 이를 명분삼아 유용하는 경우다. 가령 독재정에 민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내세워 정작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사례도 있다.

주주가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우 주주가치, 특히 소액주주의 권리는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의로 인식된다. 최근 상법개정의 본질 역시 주주가치 강화다. 그러나 주주가치라는 명분도 누군가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논란 역시 존재한다.

행동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주가치 훼손을 비판하는 일부 펀드가 주주가치 보호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국 단기차익만 실현하고 떠난다는 소위 ‘먹튀’ 논란이다. 남은 건 소액주주들의 상처 뿐이다. 실제로 자신들이 이용당했다고 느낀 일부 주주가 행동주의펀드와 소송을 치른 적도 있다. 마치 ‘당신들은 주주가치를 모독했다’는 듯.

행동주의펀드는 주주가치라는 워낙 강력한 보호막을 등에 업은 덕에 거침이 없다. 그런데 최근 상법개정은 이들의 명분을 더욱 강화해준 측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전에 비해 더 활발해진 것 같다.

명분이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결국 중요한 건 행동주의펀드의 본심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주주가치 보호를 위하지 않는 한, 상법개정 이후 주주들의 아픔은 오히려 더욱 늘어나기만 할 수 있다. 주주가치를 깎아내리는 게 훼손이라면, 그 이름을 사익의 도구로 쓰는 건 모독이다. 주주가치 훼손 만큼 주주가치 모독 역시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