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메가스터디와 주력 계열사 메가스터디교육 사외이사에는 그룹 최대주주 손주은 회장의 대학 동기들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81학번인 손 회장은 그와 동년배이자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졸업한 동기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은창 전 KBS 심의위원은 과거 메가스터디 이사회에 합류한 뒤 몇년 뒤 메가스터디교육 이사회에 재진입하는 행보를 기록도 했다.
코스닥 상장사 메가스터디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1명 등 도합 4명의 등기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에는 메가스터디 최대주주 손정은 회장과 손 회장의 동생 손은진 메가스터디 대표(메가스터디교육 대표 겸직)가 포함돼 있고 기타비상무이사에는 메가스터디 비상장 계열사 사내이사인 김성오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로는 송치성 전 GE코리아 가전사업부 대표가 활동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송 사외이사가 손 회장과 동년배이면서 서울대 서양사학과 동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서울대에 따르면 손 회장이 대학에 입학한 1981년 이 학과 한해 정원은 30여명 정도에 불과했다. 메가스터디는 2021년 송 전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그의 경영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손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손 회장과의 관계가 선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메가스터디 이사회가 사실상 손 회장 일가와 그의 친분 관계가 있는 인사로 채워지면서 시장에서는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곤 한다. 지난해 말 손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메가스터디 지분은 총 31.2%. 같은 시기 지분 1% 미만을 보유한 일반주주는 1만3295명을 이들이 보유한 지분 총량은 40.6%에 달한다.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없는 점도 시장 우려 사항이다.
[이미지=메가스터디 홈페이지]
사실 메가스터디가 손 회장 대학 동기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3월 메가스터디 이사회에 참여했다가 이듬해 3월 일신상 사유를 들어 자진 사임한 언론인 출신 정은창 전 사외이사 역시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송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손 회장과 동년배였던 정 전 사외이사는 1년여 만에 메가스터디를 떠났지만, 2023년 주력 계열사 메가스터디교육의 신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정 사외이사가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안건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조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룹 계열사 이사회를 거친 인사를 수년 뒤 다른 계열사가 기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정 사외이사가 그룹에 재합류한 이후 올 3월 말까지 언론 소통 주제의 이사회 안건은 한 건도 다뤄진 바 없다. 거버넌스 분석 전문가는 "계열사를 떠난 인사를 다른 계열사가 재선임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015년 메가스터디에서 중·고등 온·오프라인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출범한 메가스터디교육은 현재 사내이사 5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등 도합 9명의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메가스터디와 비교해 이사회 규모는 크지만 손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8%에 육박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다 사실상 손 회장 친정 체제로 이사회가 꾸려져 있어 이사회 독립성은 높지 않다는 게 관계자 분석이다.
메가스터디와 메가스터디교육, 메가스터디교육 자회사 아이비김영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감액배당 재원을 확보하는 내용의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는데, 해당 안건을 주총에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사회가 손 회장 중심으로 짜여진 영향이 크다. 향후 감액배당을 실시했을 때 비과세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는 이는 지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손 회장과 그의 일가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