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 10곳 중 5곳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임원에게도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거나 비상임이사는 아예 책무배분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대형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전체로 책무구조도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현장의 책무 배분 방식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금지 아니지만…내부통제 취지 훼손 우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형 금융투자회사(금투사)와 보험사 53곳 중 25곳(47.1%)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사는 27곳 중 11곳(40.7%), 보험사는 26곳 중 14곳(53.8%)에 달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금지 사항은 아니다. 다만 책무구조도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대표이사는 내부통제를 포함해 경영 전반의 집행 책임이 있는 반면 이사회 의장은 이를 감독하고 평가해야 하는 위치다. 한 사람이 두 역할을 겸하면 자가점검 구조가 돼 이해상충 소지가 크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겸직을 유지할 경우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도록 내부통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내부통제 책임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하위임원에게만 책무를 배분해온 관행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일부 회사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부문장 등 상위임원이 아닌 본부장 등 하위임원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사례가 확인됐다.
보고체계를 보면 상위임원이 실질적인 통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정작 책무구조도 상에서는 하위임원에도 내부통제 책무를 중복 배분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회사는 '부문장-소그룹장-본부장'에 이르는 3중 구조로 책무를 중복 배분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상하위임원의 업무가 일치하는 경우 상위임원에게 책임을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대표 체제, 회사마다 배분 기준 달라…비상임이사 누락, 책무 축소 배분도 대표이사를 복수로 두는 각자대표 체제를 채택한 일부 금융사(8개사)의 경우 책무 배분 기준이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도 미흡사례로 지적됐다.
특정 회사는 각 대표의 소관 업무에만 책무를 부여했다. 또 다른 회사는 관리대표에게 전사적 책임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단독 배분했다. 특정 책무를 모든 대표에게 중복 배분하는 등 배분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금감원은 전사적 통제가 필요한 업무는 관리대표에게 단독배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책무구조도 마련이나 내부통제 등 정책의 집행과 운영에 있어 전사적 관리와 운영이 필요한 사항 등이 관리대표 단독배분
대상이다. 한편 책무의 이행
대상이 각자대표별 소관 업무 범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면 소관 대표에게 배분하는 등 책무 성격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무구조도 작성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임원을 누락하거나 축소 배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비상임이사까지 책무 배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책임을 부여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장(사내이사)에게 전결권이 없다는 이유로 책무를 배분하지 않은 것이다.
일부 회사는 사업보고서상 경영총괄로 명시된 이사회 의장에게도 이사회 운영에 대한 책무만 배분했다. 금감원은 "상근 여부나 전결권 유무를 불문하고 책무 관련업무를 수행·감독하는 임원에게는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무구조도 제도는 작년부터 2027년까지 4단계에 걸쳐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다. 1단계로는 올해 1월부터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등 62개사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2단계로는 오는 7월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사 67곳이 정식 시행
대상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3단계는 중소형 금투·보험사 및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 자산 7천억원 이상 저축은행까지 확대된다. 마지막 4단계인 2027년 7월부터는 자산 규모가 더 작은 여전사·저축은행까지 포함돼 사실상 모든 금융회사에 의무화된다.
금감원은 설명회와 현장 점검을 통해 업권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범운영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대형 금융회사에는 별도 간담회를 열어 컨설팅 내용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