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룹의 재무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핵심적 C-레벨 임원으로 분류된다. 여러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 등을 행사한다. CFO가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자회사의 재무 운영을 중앙집권적으로 조율하겠다는 네이버의 전략적 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기조는 김희철 CFO 체제 아래 더욱 강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철 CFO가 김남선 전 CFO보다 두 배가량 많은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비상장사이고 사업적 중요성은 높으나 재무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분석된다.
◇김희철 CFO, 11곳 계열사서 이사직 겸임…전임자 대비 두 배 24일 네이버에 따르면 김희철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계열사가 총 1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네이버랩스, 네이버아이앤에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국내 계열사 4곳과 해외 계열사 7곳 등이다.
김희철 CFO가 참여하는 해외 계열사로는 일본의 네이버제이허브코퍼레이션(
NAVER J.Hub Corporation), 베이징메타버스차이나테크놀로지(Beijing Metaverse China Technology), 네이버차이나(
NAVER China), 스노우차이나베이징유한회사(SNOW China (Beijing) Co., Ltd.), 네이버프랑스SAS(
NAVER France SAS), 네이버유허브(구 브이라이브)(
NAVER U.Hub Inc. (구, V Live Inc.)), NW미디어콘텐츠(NW MEDIA CONTENTS INC.) 등이 있다.
김희철 CFO의 계열사 이사 및 감사 겸직 수는 전임자보다 훨씬 많다. 네이버가 재무적 중앙집권 체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희철 CFO가 맡은 감사와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에서 경영진 견제와 감시 등 역할을 맡아 존재감이 크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사회 의결권을 지니고 있어 그룹 차원의 정책 기조를 관철하는 등 경영 전략을 실행하는 데에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 박상진 전 대표가 네이버 CFO를 맡았던 시절에는 그가 최대 12곳의 계열사에서 이사나 감사 등을 겸직하며 그룹 전체의 재무·투자전략을 총괄했다. 당시 네이버의 사내이사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최인혁 대표가 7곳을 겸직한 것보다도 많았다.
그러다 김남선 전 CFO 체제 아래 2022년부터 CFO의 겸직 계열사 수가 감소했다. 웍스모바일이 네이버클라우드에 흡수합병되고 스노우의 경우 김영기 IB부문 대표 영입 후 자율성을 부여한 영향도 있다. 하지만 김희철 CFO 체제 들어 다시 변화가 나타났다.
CFO 등 주요 C-레벨 임원으로 하여금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여러 대기업에서도 채택하는 계열사 거버넌스 통제 방법이다. SK㈜의 재무부문장 CFO는
SK네트웍스, SK에코플랜트,
SKC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한다.
LG의 재경팀장도
LG경영개발원 기타비상무이사, 디앤오 감사 등으로 이름을 올렸다.
◇고위험 고성장 법인 ‘집중 관리’ 중책 김희철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계열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비상장사라는 점, 두 번째는 사업적 중요도가 크거나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엄격한 재무관리가 요구된다는 점이 그렇다.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 네이버아이앤에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컴퓨팅자원을 공급하고 네이버아이앤에스는 그룹 경영지원 인프라를 제공한다. 네이버랩스는 디지털 트윈 기술 등 신성장동력을 개발한다.
이들은 사업적 중요도가 매우 크지만 재무안정성은 떨어진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23년 적자를 봤다가 지난해 흑자를 냈다. 네이버아이앤에스의 이익 규모는 미미하며 네이버랩스는 2024년 대규모 순손실을 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룹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사업적 중요성과 재무적 역량도 뛰어나다. 네이버페이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이커머스사업과 막강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 2024년 16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한 만큼 네이버클라우드, 크림 등 계열사에 운영자금을 대여하는 역할도 맡았다.
김희철 CFO가 겸직하는 해외 계열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해외 계열사 7곳은 각각 현지 기업 등의 디지털 전환, 메타버스, 검색과 커머스, AI 기반 이미지 서비스를 영위하거나 스타트업 투자 등을 담당한다는 특징이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투자 리스크가 상당한 영역이라서 재무 전문가의 면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 분야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