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호반그룹 간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연내 만기를 맞는 이른바
한진칼 펀드가 갖고 있는 지분이 시장에 풀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칼 펀드 LP 대부분이 조 회장의 우군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장에선 펀드 만기 연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가운데
효성의 경우 다른 LP들과 달리 이사회가 아닌 오너가 일원이 투자 결정을 직접 내린 점이 눈에 띈다.
효성이 이른바
한진칼 펀드에 출자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효성은 2022년 8월 유진자산운용의 '유진 그로쓰 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에 200억원을 투입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총 1750억원 규모 3년 폐쇄형으로 설정된 이 펀드는 연내 만기를 맞이한다. 총 1750억원 규모로 설정된 이 펀드에는
효성뿐 아니라
이마트와
HD현대오일뱅크, 유진한일합성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펀드는 과거 조원태 회장과 그의 동생 조현아 전 부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일었을 때 조 전 부사장 측을 지원한 반도건설 측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입한 상품이다. 현재 이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4.1%. 호반그룹이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 가운데, 이 펀드가 갖고 있는 지분이 시장에 풀릴 경우 지분 매집 경쟁이 한층 가열될 수 있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효성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다. 반도건설 측
한진칼 지분 상당량을 유진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 등 두 운용사 펀드가 받았는데, 두 펀드에 LP로 참여한
이마트와
현대차,
기아,
SK에너지 등 기업들은 이사회를 개최한 뒤 투자에 대한 결의를 얻은 것에 반해
효성은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이사회 운영규정은 1000억원 미만의 투자는 경영위원회가 자체 판단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의 경영위는 일부 사내이사가 참여하고 있는 이사회 산하 조직으로 이사회 위임사항을 판단한다. 2022년
한진칼 펀드 투자 집행 시 조현상 당시 그룹 부회장(현 HS
효성 회장)과 김규영 부회장이 경영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조현상 당시 부회장은
효성의 지분 21.4%를 갖고 있었다. 김규영 부회장은 50여년 간
효성그룹 오너가를 2대에 걸쳐 보필해 온 인물로 2022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진칼 펀드 LP는 조원태 회장 측이 직접 모집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효성 오너가가 조 회장 요청을 받아 자체적으로 투자를 집행한 셈이다. 비상장사인
SK에너지의 경우 그룹 측 인사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 이사회를 개최해 출자안을 검토했는데,
효성은 투자액이 작다는 이유로 사외이사 의견 수렴이 없이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현행 상법은 법령이나 정관 등에 따라 이사회가 주요 업무를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별 기업은 정관 등에서 이사회 결의 사항 구체적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그 문턱이 낮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상장사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 경우 별도 공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효성이 해당 투자를 집행했을 당시
효성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약 73조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두고 있는 상장 기업의 경우 모범적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외부 기업 투자나 펀드 지분 취득 등은 금액에 관계없이 이사회 결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아직까지 기업 경영진이 결정한 투자 실패 건에 대해 일반주주가 문제를 삼은 경우는 드물지만, 상법 개정 등 제도 전반이 바뀌게 되면 주주에게 챌린지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펀드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게
효성 측 설명이다. 최근 3년여 사이
한진칼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만큼 펀드 수익률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그룹 계열분리로
효성 경영위에는 조현준 회장과 김규영 부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펀드 투자는 조현상 당시 부회장이 결정했지만 환매 여부는 조현준 회장이 결정하는 모양새다.
효성은 지난해
한진칼 주식을 32억원어치 추가 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