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박진영 CCO(최고창의책임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직접 기획한 아티스트가 대중적 성과를 올리면서 JYP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동시에 박 CCO 자신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 박 CCO는 사내이사로 꾸준히 이름은 올렸지만 이사회에 출석해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명목상 이사회 구성원인 셈이다. 음악 활동에 집중하며 실질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것일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켠에서는 이사로서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년간 이사회 출석률 0%, 불참사유 '비공개'
9일 theBoard가 JYP엔터테인먼트의 10년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박 CCO의 이사회 출석률이 연평균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사업보고서부터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를 표기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지금까지 박 CCO의 참석률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2019년 5번 열린 이사회에는 2번가량 참석해 40%의 출석률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38%로, 2021년에는 10번 중 3번만 참석해 30%를 나타냈다. 박 CCO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이사회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박 CCO의 이사회 불참 사유에 대해 주주에게 공개한 자료도 없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최고창의책임자(CCO) 겸 사내이사
그런데도 JYP엔터테인먼트는 정기 주주총회 등을 통해 박 CC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매번 상정했다. 가장 최근 박 CCO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은 2023년에 열린 제2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다.
당시 JYP엔터테인먼트는 박 CCO의 사내이사 후보 추천 사유에 “음악 관련 창작활동을 많이 했고 아티스트 프로듀싱으로 유명 아이돌그룹을 탄생시켰다”며 “경영능력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능력과 업무 지속성을 고려해 후보자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경영과 창작 '분리' 기조?, 이사 직무 '소홀' 지적도
JYP엔터테인먼트가 오랜 기간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는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CCO는 설립자이자 JYP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지만 경영에 간섭하는 대신 음악 제작 활동으로 역할을 한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CCO가 보유한 JYP엔터테인먼트 지분은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15.37%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이후 박 CCO가 점차 경영에 거리를 두고 음악 활동에 몰두했다”며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 활동을 줄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정욱 대표이사 체제가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욱 대표는 2003년 JYP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이래 5년 만에 대표에 올랐고 지금까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박 CCO의 행보를 두고 사내이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법상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민법은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로 직무를 행할 것 △이사가 임무를 해태할 때에는 법인에 대하여 연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면 사내이사 직함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주요 기관투자자도 과거에는 사외이사의 출석률만 살폈지만 지금은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의 출석률이 저조하면 투자 반대를 권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