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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효성중공업, 슈퍼사이클 뒤엔 이사회 '토론' 있었다

윤여선 카이스트 교수, "제로섬 게임 전 파이 확장 전략 집중해야"…세아베스틸서 토론문화 강조

김형락 기자

2025-07-29 13:48:46

"처음 효성중공업 이사회에 합류할 때 전력기기 호황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때는 대규모 투자가 옳은 결정인지 점검하는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호황이 언제 끝날지 고민하기보다 제로섬 게임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실한 파이를 가져가는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장(사진)은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효성중공업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한 차례 연임해 올해 임기 4년 차다. 윤 학장은 효성중공업 이사회에서 글로벌 진출과 사업 확장 전략 등을 조언한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전력기기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고 있다. 건설 부문이 주춤할 때 산업용 변압기·차단기·전동기·감속기 등을 생산하는 중공업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노후 전력망 기자재 교체 주기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클라우드 시장 개화가 맞물려 전력기기 수주가 늘었다.

이사회에서도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윤 학장은 "전력기기 수요를 이끄는 AI·데이터센터가 성숙기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사이클에 올라타야 하는 시기"라며 "경영진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장은 최근 theBoard와 만나 "AI·데이터센터가 성숙기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에 올라타야 하는 시기"라며 "효성중공업처럼 공급 지역을 다양화하는 전략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학장은 세아베스틸지주효성중공업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리스크 요소도 두루 살핀다. 윤 학장은 매출처가 특정 국가에 편중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조언한다. 효성중공업은 유럽, 미주, 중동에서 고루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윤 학장은 "한 기업이나 지역에 쏠린 매출 구조는 거시 경제(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라 제약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효성중공업처럼 공급 지역을 다양화하는 전략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학장이 처음 사외이사 맡은 상장사는 세아베스틸(현 세아베스틸지주)이다. 2020년 당시 세아베스틸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세아베스틸은 윤 학장이 평소 자문이나 프로젝트를 위탁하지 않는 철강 산업에 속한 특수강 제조사다.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던 세아베스틸은 ESG 리더십 구현과 성장 전략 수립에 전문성을 가진 윤 학장 찾았다. 윤 학장은 이듬해 세아베스틸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다. 첫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이다.

윤 학장은 세아베스틸과 세아베스틸지주 이사회에 토론 문화가 더 깊이 뿌리내리도록 했다. 그는 "세아베스틸 이사회에는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로 바뀐 뒤 더 신랄한 평가와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세아베스틸은 2022년 세아그룹 중간지주사로 전환했다. 특수강 제조 사업 부문을 세아베스틸로 물적분할해 비상장 자회사로 만들었다. 존속 법인인 세아베스틸지주는 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순수 지주사다. 세아베스틸지주 아래는 세아베스틸 외에 2020년 인수한 항공·방산용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생산 업체 세아항공방산소재, 2022년 출범한 스테인리스 무계목강관을 생산하는 사우디 합작 법인(SGSI), 지난해 설립한 미국 특수 합금 생산 법인(SST) 등이 있다.

주력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은 전방 산업 업황과 스크랩 가격 등에 영향을 받는 경기 민감(시크리컬) 업종이다. 세아베스틸지주 이사회는 항공·방산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윤 학장은 "이사회는 항공·방산 분야에서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전략적인 방향에서 사업 다각화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글로벌 진출도 경영진과 수많은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지난해 11월 이사회 논의를 거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 자기자본이익률(ROE) 8%, 연결 배당성향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이상 달성이 목표다. 2023년 ROE와 배당성향은 각각 6.7%, 30%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PBR은 철강산업 피어(peer) 평균과 같은 0.4배다.

윤 학장은 "투자가 필요한 기업에 배당이 부담이기도 한데 필요한 투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배당을 늘리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 판단했다"며 "경영진이 주주 신뢰 확보와 주주 이익 제고가 투자만큼 중요하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