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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theBoard Pick 10

한진·LS '백기사'로 이어진 호반그룹발 경영권 분쟁

⑧호반 VS 조원태 회장, 한진칼 지분 격차 2%p뿐…한진·LS 동맹체제 구축

김동현 기자

2025-12-22 07:42:05

편집자주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올해 재계에선 호반그룹과 '반(反)호반' 동맹으로 나뉜 경영권 분쟁이 촉발했다. 호반그룹이 연초부터 LS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분쟁의 불씨를 지폈고 위협을 느낀 LS·한진그룹이 동맹군을 맺어 사업부터 지분 교환까지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섰다. 호반그룹의 전통적 우군으로 평가받는 하림도 참전하며 분쟁의 불씨가 커질 기미를 보였다.

치열한 양상을 보였던 호반과 반호반 동맹의 전선은 하반기 들어 호반그룹이 1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LS 지분을 모두 털어내면서 잠시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다만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주주 측과 호반그룹과의 지분율 격차가 여전히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앞으로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진칼 이어 LS도…호반그룹, 전방위 지분 매입

호반그룹은 올해 1월 초부터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장내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수하며 지분율을 재차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이미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대규모로 취득한 호반그룹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20.52%)을 위협하는 주요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호반그룹(호반·호반건설·호반호텔앤리조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18.46%로 조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는 2%포인트(p)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호반그룹의 또다른 타깃으로 떠오른 곳이 LS그룹이었다. 당시 호반그룹의 대한전선LS그룹의 LS전선은 기술유출 공방을 벌이고 있던 상황으로 올해 3월 호반그룹이 LS 지분 약 3%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양 그룹간 분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3%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영업기밀을 포함한 회계장부를 열람하거나 이사 선·해임 안건을 올릴 수 있는 권리 등이 주어져 긴장감이 고조됐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에 호반그룹은 LS그룹에 대한 경영권 개입이 아닌 "미래 성장성을 내다 본 투자"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호반이 지속적인 추가 매입으로 LS 지분율을 공시 의무(5%) 기준 바로 아래인 4%선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지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더욱 올라갔다. 특히 호반그룹과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하림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하며 호반 측 동맹 전선은 그 규모를 키웠다.

하림그룹의 해운물류 계열사인 팬오션이 지난 5월 LS 지분 0.24%를 123억원에 매입하며 하림 측 지분 인수 주체로 떠오른 것이다. 팬오션은 출자 목적을 '단순 투자'라 밝혔지만 호반의 LS 지분 매입 시점과 겹치며 호반·하림그룹을 중심으로 한 반(反)LS 동맹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LS그룹의 지주사인 LS는 구자은 회장(3.69%)을 비롯한 구씨 일가 특수관계인 40여명이 지분 32.60% 나눠 갖는 구조다. 당장에 경영권에 위협을 받진 않지만 대주주 1인의 지분율이 낮다 보니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구 회장 측은 그룹 계열사 인베니를 통해 LS 지분을 처음으로 매입하게 하고 오너일가 자체적으로 매입 실탄을 확보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000억 차익 실현으로 마무리?…LS·한진 '혈맹' 체제 열어

올 하반기 호반그룹이 보유한 LS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지며 호반그룹과 LS그룹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우선 일단락됐다. 호반 측이 LS 지분 매각으로 실현한 차익은 약 1000억원 가까이로 추정된다. 호반의 LS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지기 전 10만원대 초반이던 LS 주가가 11월 초 22만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열린 LS이링크와 한진의 물류 인프라 전동화 및 전력 신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 현장. 오른쪽 4번째부터 김대근 LS이링크 대표,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사진=LS)
이제 시장의 시선은 1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호반그룹의 다음 행보로 향한다. 일각에선 호반그룹이 확보한 자금을 한진칼 지분 인수에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 측은 호반그룹이 지분을 확보하기 전인 2020년에 산업은행과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맺고 산업은행을 주주(10.58%)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더해 미국 델타항공과 협력 범위를 넓히며 지분율 14.90%의 우호 주주로 합류시켰다. 이를 고려하면 조 회장 측이 40% 넘는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 회장 측의 특수관계인 지분만 놓고 보면 여전히 호반그룹과 지분율 격차가 2%p뿐인지라 언제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진그룹은 올해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겪던 LS그룹과 일찌감치 동맹 관계를 맺었다.

4월 양 그룹간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LS가 보유한 자사주를 기반으로 대한항공에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그 관계를 견고히 했다. EB는 발행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정 시점에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EB를 인수한 대한항공은 5년 내에 LS 주식 38만7635주(지분율 1.2%에 해당)로 바꿀 수 있다.

호반그룹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에 섰던 양측이 지분을 섞는 결단을 내리면서 확실한 우호군을 확보한 셈이다.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LS의 EB를 인수한 것과 같이 향후 한진칼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LS그룹 계열사가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