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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고민하는 수성웹툰, '이사회 방어막' 세운다

소송 리스크 방지 위해 정관 손질, 투믹스 우회상장 시계 빨라질 수도

황선중 기자

2025-12-24 08:17:07

정윤규 투믹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수성웹툰이 이사의 책임 범위를 완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투믹스와의 합병이라는 고난도 과제를 풀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후 책임을 우려해 중대한 결정을 주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이사회에 일종의 방어막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이사회 책임 범위 대폭 완화된다

수성웹툰이 이달 30일 개최하는 임시주주총회 메인이벤트는 정윤규 대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다. 정 대표는 핵심 계열사인 투믹스와 투믹스홀딩스를 모두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CJ올리브영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낸 재무 전략가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눈길을 끄는 안건은 따로 있다. 바로 정관상 이사의 책임 감경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안건이다. 수성웹툰은 정관에 '이사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모든 소송비용과 손실, 손해, 채무를 회사가 보상한다'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이사들의 잠재적인 민사소송 부담을 회사가 떠안아주겠다는 얘기다.


이 안건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투믹스의 상장 전략이 깔려 있다. 투믹스는 현재 수성웹툰를 통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투믹스는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계열사지만 성인물 웹툰 사업을 영위하는 탓에 직상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거래소의 깐깐한 상장 심사 문턱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무턱대고 수성웹툰과 합병할 수도 없다. 한국거래소는 무분별한 우회상장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투믹스 입장으로서는 우회상장 규제 요건을 피하면서 사실상 우회상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재무 전략가인 정 대표를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이유로 보인다.

◇투믹스와 합병 시계 빨라지나

하지만 이사회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우회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고도의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가치 산정, 합병비율, 합병에 따른 지분 변화 등을 둘러싸고 기존 주주들과 다툼의 여지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책임은 고스란히 이사회로 돌아간다.

수성웹툰의 경우에는 부담이 더 크다. 수성웹툰은 본래 수성샐바시온이라는 이름으로 물류장비를 제조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투믹스그룹에 편입된 이후 한순간에 본업과 무관한 웹툰 회사로 바뀌었다. 1만원이 넘었던 주가도 최근 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권익이 보호되고 있는지 의문을 표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수성웹툰의 이번 정관 변경은 정 대표를 비롯한 이사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에 가까워 보인다. 투믹스와 수성웹툰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사후 책임을 우려해 중대한 결정을 주저하지 않게끔, 오직 회사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투믹스그룹이 투믹스 상장을 모색하는 이유는 투자자 엑시트 문제와 맞닿아 있다. 2022년부터 그룹을 지배하는 사무엘 황 대표는 미국 법인인 테라핀스튜디오의 나스닥 상장을 통해 투자자의 엑시트를 도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장이 좌절되면서 엑시트 전략엔 차질이 생겼고 국내 상장사인 수성웹툰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성웹툰 관계자는 "투믹스와의 합병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검토할 사안이 많아 공식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아직 주사업은 물류사업이지만 웹툰회사 경영을 했던 정 대표가 이사회에 합류하면 웹툰으로 조금 더 전향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 엑시트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