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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이사회 독립성은 신기루일까

이돈섭 기자

2026-02-06 07:48:51

대학교수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이다. 기업 이사회에는 변호사부터 회계사, 전직 고위 관료들도 포진해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대학교수를 빼놓고 사외이사 시장을 논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학교수는 학문적 권위는 물론 사회적 신뢰도까지 갖춘 존재로 인식돼 왔다. 무엇보다 기업과의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상징하는 직업군으로 꼽혀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그럴까. 교육자인 교수는 동시에 연구자이기도 하다. 연구는 현실을 떠날 수 없다.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같은 반도체 기업과 접점을 피하기 어렵고 조선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수는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척을 질 수 없다. 재무와 회계, 마케팅 등 경영학 분야도 실제 기업 사례 면면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기업과의 협업은 연구자에게 기회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기업에서 펀딩을 받기도 하고 협업 관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기업에서 자금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는 해당 교수의 유능함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된다. 기업이 어떤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려고 할 때 그 교수의 대외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연구 성과, 과거 협업 경험이 있다면 산업의 특성도 더 잘 이해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그 교수가 자기 전문 분야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로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과거 협업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독립성에 흠결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간 열심히 노력해 온 결과가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는 꼴이다. 비단 교수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에 자문을 제공해 온 법무법인 소속의 변호사 역시 같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전직 관료도 재직 시절 맺은 인연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독립성을 판단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개별 사안 맥락보다 형식적 요건에 치우쳐 독립성을 판단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 사외이사는 "독립성은 결국 양심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은 이사 스스로 독립성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시장 성숙도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