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3년 단임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장기간 연임하면서 금융지주 회장과 '유착 관계'를 맺게 되고 나아가 '참호'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실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구인난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 교수 편중이 심한 상황에서 편중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년 단임제 검토, 유착 막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축이 된 '지배구조
선진화 TF가 금융회사 사외이사 임시를 3년 단임제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최장 6년,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9년이다.
일반 기업의 사외이사들에게 임기 제한이 주어진 건 2020년으로 이제 막 5년이 됐지만 금융지주의 경우 이보다 훨씬 먼저 적용받았다.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특성상 지배구조에 대한 잣대가 한층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2010년 당시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반영하면서 금융회사 사외이사 임기가 5년으로 제한됐다. 이후 2016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서 사외이사 임기가 최장 6년, 계열사 포함 9년으로 바뀌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를 살펴보면 대부분 6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KB금융만 예외적으로 5년으로 두고 있다. 스스로에게 더욱 깐깐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임기 제한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독립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재직하면 경영진과의 관계가 끈끈해져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오래 보전하기 위해 기존 경영진에 맞출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도 임기 제한을 도입한 배경 중 하나다.
◇"기업 파악하는 데만 2년…알자마자 나가야 하나" 다만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은 작지 않다.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교육을 통해 회사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2년 이상이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업권을 아우르는 의사결정을 할 때가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한층 높아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특히 재무나 회계 분야는 대학 교수여도 실제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는 건 강단에 서는 것과는 다르다"며 "관련 전문가가 아닐 경우 재무제표를 이해하고 기업의 흐름을 읽는 데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3년 단임제가 실제 도입되면 '이제 좀 알 만하다' 싶을 때 나가게 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비효율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사외이사를 너무 자주 교체할 경우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 대해 잘 알아야 사외이사 업무를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외이사는 선임될 때부터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사내이사와 달리 상근이 아니고 또 각자의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학습이 느리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해도가 부족할 경우 결국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회사를 잘 안다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안건 역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더욱 꼼꼼하게 검토할 수 있다.
◇지금도 사람 찾기 어려운데…"3년은 너무 짧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3년마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지금도 거의 매년 신규 사외이사를 찾고 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3년 단임제로 갈 경우 적정 인물을 찾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나마 인력풀이 많고 분야가 다양한 교수들의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교수의 비중이 상당하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절반이 교수 출신으로 현장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미국 기업 사외이사 중 학계 비중이 5% 미만이라는 점과 대조적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처럼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법령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 영국은 사외이사의 적정 재직기간을 최대 9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사유를 설명하면 예외가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