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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 사외이사가 점검하는 리스크는

SK디스커버리 사외이사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리밸런싱 전략 조언도

김형락 기자

2026-02-23 08:48:09

"리밸런싱은 큰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기존 사업을 더 건실하게 만들지 새로운 사업을 펼칠지 원점으로 돌아가 보죠. SK디스커버리 사외이사진은 여러 사업을 각자 프레임워크에 놓고 봅니다. 저는 거시경제 흐름 속에서 포트폴리오가 조화를 이루는지, 환율·무역 질서 변화에 따른 리스크 수준은 어떤지 분석해봅니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SK디스커버리 이사회에서 경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 교수가 합류하면서 3명이었던 사외이사진이 4명으로 늘었다. SK디스커버리 이사회는 김 교수가 지닌 국제적인 경험과 시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통화 정책에 능통한 거시경제학자다. 약 9년(1996~1998년, 2003~2011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거시경제 모형과 통화 정책·전략을 연구·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 시절 1997년 한국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봤다. 2010년 고려대 교수로 부임해 거시경제, 통화 정책, 금융 분야를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더보드(theBoard)와 만나 "지주사 이사회는 많은 정보를 보는 것보다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K디스커버리 전에는 금융·항공 분야 사외이사로 경력을 쌓았다. 김 교수는 카카오뱅크에서 처음 사외이사(2019~2021년)를 맡았다. 이사회에서 설립 초기 사업 확장 전략과 규제 리스크를 살폈다.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2021~2023년) 때는 대한항공과 통합 과정을 챙겼다. 현대커머셜(2021년~지난해)에서는 선임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지주사 사외이사는 김 교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SK디스커버리는 △가스(SK가스) △소재·제약(SK케미칼) △백신·바이오 의약품(SK바이오사이언스) △에너지 발전(울산GPS) △혈장분획제제(SK플라즈마) △신재생 에너지(SK이터닉스) 사업 등을 관리하는 순수 지주사다.

지주사는 자본 배분과 사업 조정이 핵심 기능이다. 김 교수는 거시경제와 통화 정책 변화 등을 폭넓게 살펴 SK디스커버리 이사회가 의사결정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사회에서 주요 투자나 구조 개편 등을 결정할 때 전제와 가정을 점검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김 교수는 '운영 개입'이 아니라 '방향 제시와 감독'에 초점을 두고 조언한다. 그는 "경영 계획을 보고받을 때 긍정적·부정적 경제 전망을 고루 반영했는지 모형을 점검하고, 환율이 움직일 때 리스크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지 경영진에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며 "자본 배분 일관성, 재무 건전성, 리스크 수준 등 기본 원칙이 유지되는지 질문하고 검증한다"고 말했다.

SK디스커버리가 추진 중인 리밸런싱도 이사회 주요 논의 사항이다. 지난해 9월에는 부동산 개발·운영 자회사 SK D&D 지분 전량(31.27%)을 매각(1099억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SK그룹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리밸런싱도 진행 중이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12일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SK이터닉스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김 교수는 SK디스커버리에 사외이사가 각각 다른 프레임워크로 사안을 보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돼 의사결정 완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외에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이사 회장 △김용준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환경공학자인 김현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가 사외이사진이다. 사내이사진은 △최창원 대표이사 부회장 △손현호 대표이사 사장 △남기중 재무실장이다.

김 교수는 "사업회사마다 업의 본질과 규제, 리스크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주사 이사회는 많은 정보를 보는 것보다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그룹 이사회는 안건 논의가 경영 관리 체계와 직접 연계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사회 경영 현안 보고부터 계획·실적 점검, 핵심성과지표(KPI)·임원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사외이사 임기 동안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 경영진 평가와 보상 체계가 장기 성과와 정합성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