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한국거래소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6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2080조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2066조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26년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한국 거래소의 시가총액 1위를 유지했다. 참고로 앞선 시가총액 1위 기업은
SK텔레콤(1990년대 후반) 한국전력(1980년대~1990년대 초)
대한전선(1970년대 후반~1980년대) 등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산업 구조가 달라졌고 그 중심에 있던 회사가 시가총액 1위가 됐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전선과 전력이 주력인 시절이 있었고 통신업이 개화하면서
SK텔레콤이 등장했다. 메이드인코리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반도체 산업이 부상하면서 글로벌 넘버원으로 등극한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SK하이닉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SK하이닉스는 어떻게 특별해졌을까.
단순히 보면 D램과 서버용 반도체 수요, 특히 엔비디아의 GPU에 공급하는 HBM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 폭증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물론
삼성전자도 메모리반도체의 수혜를 받았고 GPU와 HBM의 공급 체인 속에 들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 대응이 다소 늦었고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는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다. 오롯이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자본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젠슨황 엔비디아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던 1차 깐부 회동 이후다. 엔비디아가 협업을 제안하고
SK하이닉스 HBM을 본격적으로 채택한다는 선언 이후 눈높이가 달라졌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현재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보고 투자를 했다.
SK하이닉스가 좋은 회사이기도 하지만 그 뒷단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회사라는 점이 투자 포인트였다.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아니라 엔비디아가 얼마나 매입을 해줄 것인가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몸값이 달라졌다.
엔비디아 뿐 아니다. 메타의 AI투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설투자,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몸값이 출렁였다.
SK하이닉스는 한국에 공장을 두고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지만 미국 AI 생태계의 일환으로 몸값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역으로 엔비디아의 성장이 멈추면, 미국 AI생태계가
SK하이닉스를 대신할 제 3의 공급처를 찾으면
SK하이닉스의 질주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덕에
삼성전자를 제쳤지만 엔비디아의 투자가 멈추면 가장 먼저, 크게 타격을 입을 곳도
SK하이닉스다. 시장은
SK하이닉스를 산 게 아니라 엔비디아를 대신할 투자로
SK하이닉스에 베팅했을 뿐이다.
SK하이닉스가 혁신을 안 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2026년
SK하이닉스의 밸류업은 조금 결이 다르다. 혁신의 중심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었다.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을 산게 아니라 엔비디아를 대신할 수혜주를 샀다. 미국 AI생태계의 한 축에 속해 있는
SK하이닉스에 베팅했다.
이걸 한국 기업의 승리라 부를 수 있을까.
SK하이닉스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까.
주식 시장에선 축포를 쏠지 모르지만 한국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상징적인 장면일 수 있다. 한국만의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이같은 부속품 신세는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다. 성과급 나눠먹기에만 골몰하다간 이 구조가 고착화되기 십상이다. 엔비디아가 아닌 진짜
SK하이닉스에 투자하도록 해야 진정한 레벨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