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3일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상장사의 사외이사 의무선임 비율이 이사 총수의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높아진다. 명칭도 독립이사로 바뀐다. 사외이사를 주축으로 이사회의 견제·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개정 상법에 대비해 사외이사를 충원하려는 기업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인력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이 올 초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서도 사외이사 선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부족한 인력풀이 꼽혔다.
기업들은 개별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사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확보하길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은 제한적이다. 제도가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 앉을 인력을 키워낼 교육 시스템이 미비한 탓이다.
미국은 전미이사협회(NACD) 관리하에 표준화된 이사 자격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2년마다 재교육을 받아야 이를 유지할 수 있다.
명문 대학교도 사외이사 교육에 힘을 보탠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은 사외이사 준비 과정을 별도로 운영한다. 올해 기준으로 4일간 이뤄지는 해당 프로그램의 가격은 1만3000달러다. 최근 환율 기준으로 2000만원에 가깝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미국과 비교하기 어렵다.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사외이사 교육 현황을 공시하지만 표준화된 과정이나 시험을 마련하지 못했다. 상장사협의회가 만든 사외이사 직무수행 기준도 권고일 뿐 강제력은 없다.
작년 한국 100대기업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8543만원이었다. 연봉이 이를 크게 상회하는 삼성 등 상위 대기업을 제외하면 실질 평균은 이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연봉 수천만원을 받는 사외이사를 맡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버드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제도 변화가 시작되는 만큼 당국은 물론 이사회를 운영하는 기업도 사외이사 인력풀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