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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실패한 이사회에 부족했던 것

최명용 SR본부장 겸 부국장

2026-07-20 07:42:03

201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은 자본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3조1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반영한다는 발표였다. 이익을 예상하던 시장에 조단위 적자가 발표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영업손실이 5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이 가운데 2조원은 2013년과 2014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했다는 회계법인의 재검토 결과도 이어졌다. 공사를 완료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대금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은 분식회계였다. 검찰 조사 결과에선 2006년부터 10년간 분식회계 규모가 5조원에 달한다고 밝혀졌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2015년 새로 취임한 정성립 사장이 빅배스를 하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새로운 CEO가 등장하면 과거 부실을 한번에 터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숨겨져 있던 부실이 예상보다 컸다.

전임 CEO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고재호 전 사장과 전임 CFO에겐 85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공동으로 내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남상태 전 사장은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지만 배임수재 혐의로 처벌이 내려졌다.

당시 이사회를 구성하던 사외이사들에겐 어떤 처벌이 내려졌을까. 소액주주들은 당시 경영진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벌인 바 있다. 3200억원에 달하는 소송이 진행됐다. 이중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금액은 220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소송 끝에 사외이사들에게 매긴 배상금은 '0'원이었다.

사외이사들은 사내이사처럼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재무 정보에 제대로 접근을 하지도 못했고 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가까웠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엔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내려와 있었다. 사외이사들은 정관계 인사들로 채웠다. 국회의원 출신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참석률이 50%에 불과했고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분식회계의 원인에 대해선 수 많은 분석이 나왔다. 산업은행의 지원에 기댄 방만한 경영, 책임지지 않는 지배구조, 낙하산 인사와 관치로 이어진 느슨한 책임 소재가 대표적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도 한 몫했다.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게 당시 재계의 분위기였고 결국 사법부도 같은 판단을 했다.

같은 사건이 2026년에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달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으로 사외이사들의 이름은 독립이사로 바뀐다. 독립이사들은 기존 사외이사와 달리 이사회에 단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판단과 견제 기능을 갖춰야 한다. 회사 뿐 아니라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주 이익의 보호에 대한 의무도 져야 한다. 합병 분할 자사주 처분 등에서 주주의 피해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10년전 분식회계를 못 걸러낸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들이 치른 대가는 0원이었다. 5조원대 분식, 850억원의 배상 판결, 징역형까지 나온 사건에서 이사회에 앉아 있던 사람들만 아무 흔적 없이 걸어 나갔다.

이름이 독립이사로 바뀐 지금, 같은 일이 벌어져도 여전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이사회가 명칭에 걸맞은 '독립성'을 갖추려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그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미청구대금의 추이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전문성, 의심스러운 부분을 걸러낼 수 있는 통찰력, 연임을 포기하고라도 안건들에 비토를 놓을 수 있는 의지가 독립이사들에겐 필요하다. 실패한 이사회에 부족했던 건 의지와 전문성이다. 최소한 이런 덕목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라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