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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여성 의장 최다…10대 그룹·금융지주 압도

[SK]독립이사 중심 거버넌스가 배경, 경영·법조·재무 전문가 전면 배치

이돈섭 기자, 이세휘 인턴기자

2026-08-10 15:12:05

편집자주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개정 상법으로 독립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이사회 현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 됐다. theBoard는 2025년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82곳의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토대로 이사 589명의 현황을 분석했다. 이사회의 구성과 이력, 의장 체제, 회의 및 의결 현황을 수치로 풀어 한국 대기업 이사회의 평균적인 모습을 그려본다. 그룹별 인적 구성과 운영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도 변화 속에서 이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SK그룹이 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를 통틀어 여성 이사회 의장을 가장 많이 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독립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곳은 전체 9곳으로, 이 가운데 5곳이 SK 계열사였다. 나머지 13개 그룹의 여성 의장은 4명에 그쳤다. 여성 의장들의 배경은 법조·기업경영·재무로 나뉘었다.

theBoard가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이사회 면면을 분석한 결과다. 시총 상위 200개 기업에는 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 계열사가 두루 포함돼 있다. SK 계열사 여성 의장은 SK 김선희, SK하이닉스 한애라, SKC 채은미, SK가스 전현정, SK바이오팜 서지희 의장이다. 나머지 4명은 호텔신라 이부진, LG이노텍 이희정, KB금융 조화준, 신한금융지주 윤재원 의장이었다.

10대 그룹에는 삼성, 현대차, LG, 한화, HD현대 등 국내 대표적 대기업 집단이 포함된다. SK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그룹에서는 여성 의장이 전무한 점도 눈에 띈다.

◇계열사 수 차이를 감안해도 두드러지는 비율

SK가 여성 의장이 많은 이유로 단순히 계열사 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사 대상에 오른 계열사를 그룹별로 묶어보면 그룹당 평균 5.9곳인데, SK는 11곳으로 삼성(13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조사 대상 계열사 수가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만큼 의장 수 자체가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계열사 규모를 감안해도 SK의 비율은 두드러진다. SK그룹의 여성 의장 비율은 45.5%(11곳 중 5곳)로, SK를 제외한 71개사 평균 5.6% 대비 8배가량 높았다. 단순히 계열사가 많아서가 아니라 비율 자체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이런 비율이 나온 배경에는 SK그룹의 지배구조 방침이 있다. SK그룹은 조사 대상 그룹 중 유일하게 모든 계열사에서 독립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동시에 SK그룹의 전체 독립이사 49명 중 20명(40.8%)이 여성으로,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여성 등기이사 전체 비율로 봐도 26.2%로 조사 대상 평균(20.0%)을 크게 웃돌며,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도 신한금융지주(36.4%)와 KB금융(33.3%)에 이어 3위다. 계열사별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50%, SK바이오팜 43%, SK이노베이션 38% 등 개별 회사 단위에서도 여성 이사 비율이 두드러졌다.

다만 여성 독립이사 비율(40.8%)만으로 여성 의장 비율(45.5%)을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성이 의장으로 선임될 확률이 독립이사 내 여성 비율보다도 오히려 높았다는 뜻이어서, 독립이사 풀의 다양성 외에도 개별 선임 과정에서의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성 이사회 의장이 많아진 건 2025년 3월 정기주총 이후다. 지난해 3월 20일 SK가스가 가장 먼저 여성 의장을 선임했다. 3월 26일 SK와 SKC, SK바이오팜이 나란히 창사 이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고, 하루 뒤에 SK하이닉스가 뒤를 이었다. 7일 사이 그룹 내 여성 의장이 다섯 명 늘어난 셈이다.

SK 관계자는 "선임할 때 원칙적으로 성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현장의 필요에 따라 결정한다"고 밝혔다.



◇배경은 기업경영·법조·재무로 고르게 분산

여성 의장의 배경이 한 분야로 편중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SK그룹 여성 의장 5명은 기업인 2명, 법률 전문가 2명, 회계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됐다.

김선희 SK 의장과 채은미 SKC 의장은 전문경영인이다. 김 의장은 외국계 금융사를 거쳐 2014년 매일유업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SK는 2021년에 신사업 발굴 및 여성에 대한 이해를 통한 회사의 소통 능력 강화를 이유로 김 의장을 독립이사로 선임했다. 채 의장은 페덱스코리아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인사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이사회 내 기여도를 이유로 SKC 의장에 선임됐다.

한애라 SK하이닉스 의장은 법관과 변호사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현정 SK가스 전 의장도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법률 전문가다. 두 의장은 공통으로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와 거버넌스 제고를 이유로 선임됐다. 다만 전현정 전 의장은 3월 독립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했다.

서지희 SK바이오팜 의장은 삼정회계법인 파트너를 지낸 회계·재무 전문가다. 2024년에 SK바이오팜 이사회의 회계, 감사 전문성 및 다양성 강화를 위해 독립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