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없이 독립이사만 모여 독립적으로 논의하는 독립이사회의가 증권업권에서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선임독립이사의 핵심 직무로 독립이사회의 소집과 주재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개최 여부를 공시하지 않았다. 법률과 내부 규정에는 독립이사회의를 두고 있지만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이사들만 독립적으로 논의한 사례는 평가
대상 15개 증권사 가운데 확인되지 않았다.
독립이사회의는 독립이사가 경영진의 영향 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이사회 안건과 CEO 승계, 경영진 평가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증권업권에서는 관련 규정은 갖춰져 있어도 실제 운영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도와 운영 사이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15곳 중 14곳 최저점 받아
theBoard가 자체 평가 툴로 실시한 '2026 이사회 평가'에서 15개 증권사의 독립이사회의 여부를 채점한 결과 평균 점수는 1.1점에 그쳤다. 15곳 가운데 14곳이 최저점인 1점을 받았다. 전체 44개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립이사회의는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이사들만 회의를 진행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익스큐티브 세션(executive session)으로 운영되며 경영진 견제의 핵심 장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EO 승계, 경영진 보수, 이사회 운영 평가 등 민감한 사안을 경영진의 영향 없이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상장사에 정기적인 executive session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13조는 선임독립이사의 역할로 독립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독립이사회의의 소집 및 주재를 명시하고 있다. 평가
대상 15개 증권사 역시 정관이나 지배구조규정에 관련 내용을 반영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 내역을 공시한 곳은 사실상 없었다.
키움증권은 지배구조보고서의 독립이사만의 회의 개최 내역 항목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기재했다.
대신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11곳은 개최 여부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선임독립이사 활동 내역에는 주요 안건 자료 요청, 경영현황 보고 지원 등 일반적인 활동만 기재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선임독립이사 활동 내역을 해당사항이 없다고만 적었다.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은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 가운데 선임해 선임독립이사를 별도로 두지 않는 구조다. 다만 두 회사 역시 독립이사만의 독립 회의체를 운영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선임독립이사인 박희우 독립이사가 이사회 시작 전에 안건과 실적 보고 내용을 독립이사들과 함께 사전 검토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를 별도의 독립이사회의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이사회 직전 안건을 공유하는 절차와 경영진이 배제된 독립 회의체는 성격이 다르다.
◇한화증권 운영규정 구체화, KB증권은 유일한 탈 1점
한화투자증권은 독립이사회의 운영 규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한 사례다. 지배구조보고서에는 독립이사회의가 업무집행책임자로부터 독립해 이사회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회사의 경영과 관리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경영상 중요 사항과 주요 업무 진행 현황, 독립이사가 경영진에 요청한 사항 등을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다만 개최 일시와 안건, 참석 현황은 공시하지 않아 실제 운영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유일하게 최저점을 벗어난 곳은
KB증권이었다.
KB증권은 2025년 2월과 4월, 7월, 10월, 12월 등 모두 다섯 차례 독립이사회의를 개최하고 회의 일시와 참석자, 안건을 공시했다.
다만 회의 내용을 보면 분기별 경영성과와 경영계획 보고, ESG 교육 등이 중심이었다. 보고서에도 회의가 사내 전문가, 실무 담당자, 독립이사 등으로 구성돼 진행된다고 기재돼 있어 경영진이 배제된 독립 논의보다는 경영진의 설명과 보고를 듣는 성격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