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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의 그늘에 놓인 비상장사

감병근 기자

2026-08-11 07:10:17

최근 개정 상법이 시행됐다. 일반 상장사의 독립이사 의무 선임 비율이 이사 총수의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올라갔다.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3%로 묶는 ‘3%룰’도 함께 적용됐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이어진다.

최근 제도 변경은 상장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립이사 선임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는 애초에 논외 대상이다. 개정 상법이 상장사 이사회를 강하게 규율할수록 거버넌스 측면에서 비상장사와 간극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장사가 먼저 규율 대상이 된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 비상장사는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연관되지 않아 시장 보호라는 규제 근거가 약하다.

하지만 현 상태가 유지되면 비상장사와 상장사의 간극은 너무 벌어질 위험성이 있다. 비상장사들이 규제 밖에 서있더라도 이들이 만들어낸 리스크와 이에 따르는 각종 사회적 비용 우리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

대기업집단이 주도하는 우리 경제 환경에서 비상장사는 상장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대기업집단은 다수의 비상장사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비상장사 활동을 개별 이사회 차원에서 제어하지 못하면 다양한 위험이 그룹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당시 롯데그룹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자 롯데건설은 어려움에 빠졌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위험은 비상장사에서 출발했지만 그 비용은 상장 계열사와 주주들이 나눠 진 셈이다.

독립이사 등 거버넌스 관련 의무를 비상장사로 곧장 확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규율을 한 단계 강화할 때마다 규율 밖에 남는 영역의 크기도 함께 측정할 필요가 있다. 개정 상법이 시행된 지금이 그 바깥에 있는 그늘을 확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