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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작지 않은 '소규모 합병'

조은아 SR본부 차장

2026-09-01 08:26:17

'소규모'라는 단어는 이상하게 안심을 준다. 크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도 된다는 뉘앙스가 있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하는 이번 합병을 보면 이름과 거래의 무게 사이에는 제법 거리가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IET의 합병비율은 1대 0.1174540이다. SKIET 이사회는 법정 기준시가에 더해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수익가치 기준으로 비율을 다시 검증했다. 소멸회사 주주에게 적용될 교환비율이 적정한지 한 번 더 따져본 셈이다. 이번 합병은 SKIET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고 반대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진다. 판단할 자료도, 판단할 자리도 있다.

반대편은 다르다.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는 주주총회도, 주식매수청구권도 없다. 상법상 소규모합병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는 448만1300주로 기존 발행주식총수의 약 2.6%다. 소규모합병 요건인 10%를 크게 밑돌아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할 수 있다.

물론 완전히 막혀 있는 건 아니다. 합산 기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이 공고일로부터 2주 안에 서면으로 반대하면 소규모합병은 무산된다. 하지만 개별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총회와는 문턱부터 다르다.

소규모합병 제도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지분 희석이 크지 않은 합병까지 매번 주주총회를 여는 건 비효율적이다. SK이노베이션도 이번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효과를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합병 상대가 어떤 회사인지를 생각하면 '2.6%'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은 달라진다. SKIET는 애초 SK이노베이션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다. 2019년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했고, 2021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고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구주도 매각하면서 외부 주주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독립된 상장회사로 만든 회사를 약 7년 만에 다시 모회사 안으로 합치는 것이다.

떼어낼 때는 사업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상장할 때는 기업가치 제고와 성장재원 확보를 내세웠다. 이제 다시 합칠 때는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시너지가 이유로 제시됐다. 각각의 결정에는 당시의 사정이 물론 있다.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환경 역시 2019년과 지금은 크게 다르다. 과거의 분할이나 상장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결과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분할과 상장, 다시 합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회사의 선택을 믿고 들어온 주주가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지배구조를 과거로 되돌리는 거래임에도 존속회사 입장에서 신주 비율이 2.6%라는 이유로 이 합병은 소규모가 된다. 그 이름이 거래의 실질까지 충분히 보여주는지는 의문이다.

존속회사의 몸집이 클수록 상당한 규모의 자회사를 흡수해도 신주 발행 비율은 작게 나올 수 있다. 덩치가 클수록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하기 쉽고, 그만큼 주주가 목소리를 낼 기회는 줄어든다.

SK그룹처럼 지배구조 재편이 잦은 곳이라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신주 발행 '비율'을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의 소규모합병 요건이 대기업 계열사 재편에서도 충분한 안전장치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작다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정말 작은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