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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구태언 변호사 "질문과 반대가 회사와 이사 지킨다"

검찰출신 변호사로 유라클 독립이사 "사내 법무팀 놓치기 쉬운 사업 초기 설계·규제 보완"

이민우 기자

2026-09-01 11:06:30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현재 국내 IT·신기술 법령, 규제 관련 영역에서 활약해왔다. 40개 넘는 정부 위원회에서 규제 개선 작업을 해온 경험 등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이사회에도 참여해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를 시작으로 솔트룩스를 거쳐 현재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유라클 독립이사로 활동 중이다.

구 변호사는 지난 10여년간 독립이사로 활동하면서 과거 대비 이사회에서 법률 검토가 미치는 영향과 비중이 확실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상법개정으로 인한 변화로 독립이사 후보군의 위축 같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한 연관 법률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 이사회 내 법률 검토 비중, 과거 대비 크게 늘어

올해 7월 23일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은 국내 기업의 이사회 운영, 경영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상장사는 기존에 이사회에서 사용했던 사외이사라는 명칭 대신 본연의 역할을 각인시키려는 듯한 의미를 가진 독립이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아울러 의무 선임 비율도 최소 이사회 전체 의석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됐다.

구 변호사는 "현재 국내 100대 기업 중 69개사에서만 법조인 출신 독립이사 8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법조 고위직이나 로스쿨 교수, 외국 변호사 등 이사회에 진입하는 면면도 다양해지는 추세로 기업 경영에서 법률적 판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여년전 사외이사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때만 하더라도 기업이 주로 기대했던 것은 데이터나 보안 관련 사안이었다"며 "초기에는 법률 관련 검토가 안건에 포함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현재는 안건 상정 단계부터 법률 의견이 함께 올라오고 이에 대한 반대, 기권 등이 발생하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법개정은 국내 기업 이사회에 소속된 독립이사들의 책임과 중요도 역시 크게 상승시켰다. 이와 더불어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까지 현행법에 명시되면서 개별 이사에 대한 소송 리스크도 커졌다. 이에 부담감을 느낀 일부 독립이사 후보 몇몇이 기업으로부터 이사회 의석 자리를 제안 받았음에도 이를 고사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구 변호사는 "현재처럼 독립이사의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주주 충실의무 위반과 배임죄가 중복된 구조에서는 최악의 경우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기에 후보군이 자리를 고사하는 것"이라며 "배임죄 폐지나 범위 조정 논의가 실제로 이어져야 위험을 감수한 기업의 공격적인 경영이나 독립이사의 제대로 된 감시 기능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실무차원의 보완도 필요하다. 임원배상책임보험 한도가 실제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준인지 독립이사가 안건 확정 전에 원자료를 볼 수 있는지, 외부 전문가 활용을 회사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업 사고 발생, 무지가 아닌 아닌 침묵에서 비롯

구 변호사는 장기간 법조인 출신 독립이사로 활동하며 스스로 정립한 이사회에서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검사와 변호사, 독립이사로 다양한 규제 사건을 다뤄오며 쌓은 경험과 독립이사가 회사에 고용된 입장이 아닌 주주로부터 부여받은 자리라는 점을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다.

그는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 중 법률 리스크가 작용하는 경우는 계약서 문구보다 사업 모델 자체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사내 법무팀이 잡아내기 힘들고 설계 자체를 바꿔야 해 이사회가 물어야 하는 영역"이라며 "규제로 사업이 어렵다는 보고도 이사회에서 근거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실제 금지 규정이 있지 않고 관행 또는 유권해석 미비인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는 결국 관련 규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말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에서 불편한 질문을 하고 반대해야 회사를 지킬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안건 검토가 어려운 환경이거나 판단에 필요한 정보, 근거를 받지 못했음에도 이름만 올려두는 것은 주주는 물론 독립이사 개인에게도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립이사 활동이 실질적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시스템 요소도 꼽았다. 독립이사가 이사회에서 독립성이 보장된 판단을 내리려면 원활한 정보 획득,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 보장 등 다양한 영역이 충족돼야 함을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엄격히 점검하는 기준과 전문성 기반의 인선이 제대로 이뤄져야 자문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며 "이사회의 판단과 결정에는 내부 정보나 보고 체계와 잘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고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이 실제 결정권을 지니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