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건 재작년 추석 연휴를 앞둔 금요일이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그해 추석 연휴 내내 취재를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당시만 해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만 2년을 넘겨 장기화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쪽으로 판세가 기우는 듯하면 또 다른 사건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치열한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은 언론이 실시간으로 주주총회 진행 상황을 중계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 됐다.
2년 간의 분쟁은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갈등만 남기지는 않았다. 양측은 공방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명분을 앞세웠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주주가치처럼 그동안 국내 재계에서 소홀히 여겨졌던 거버넌스 개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려아연 지배구조도 분쟁을 거치며 달라졌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됐고 이사회 내 위원회도 정비됐다.
고려아연은 작년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100%로 상장사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례 없는 치열한 분쟁 탓에 국내 지배구조 관련 법안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초 임시주총에서는 상법상 상호주 규정을 놓고 의결권 제한 여부가 쟁점이 됐고 이후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달 9일 개최된 임시주총은 개정 상법 ‘합산 3%룰’의 첫 시험대가 됐다.
물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소모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2년간 분쟁에 쓰인 시간과 비용은 결국 회사와 주주가 나눠 부담했다. 그렇다고 분쟁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주주가 여럿인 상황에서 지배권 분쟁은 어느 시장에나 존재한다.
중요한 건 분쟁이 결국 무엇을 남기느냐가 아닐까.
고려아연 분쟁이 우리 시장의 긍정적 유산이 되려면 분쟁의 방식을 규율할 제도와 절차도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