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올해 3월 네오위즈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승철 이사회 의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 이사가 6월 갑작스럽게 공동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배경이 주목됐지만 명확한 사유는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사측은 이같은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에 따른 대표이사 사임은 아니란 입장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네오위즈가 14년 만에 내부 영향력 밖의 '외부 5% 이상 대주주'를 맞이하면서 폐쇄적 이사회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긴 것은 명확하다는 점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올 3월 네오위즈의 5% 이상 지분 보유 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직후 주총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향후 네오위즈의 주총에서 비슷한 상황이 재현할 수도 있는 셈이다.
◇대주주 오른 후 첫 주총에서 유일한 반대표
21일 노르웨이 중앙은행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3월 27일 열린 네오위즈 제19기 정기주총에서 상정 안건 가운데 김승철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만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외에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3건, 나머지 이사 선임안 5건에는 모두 찬성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도 찬성표를 냈다.
5% 이상 지분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선 후 개최된 첫 주주총회에서 명확한 반대표를 행사한 사유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였다. 이사회가 기업 현안에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위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사회는 효과적인 감독을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명시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자체 글로벌 의결권 행사 지침 가운데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 조항을 두고 있다. 2020년부터 네오위즈 공동대표이사를 맡은 김 이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의장을 겸하고 있었다.
표심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이날 가결된 김 사내이사 선임안의 찬성률은 90.62%로 집계됐다. 같은 날 상정된 사내이사 배태근(95.37%), 박성준(95.28%), 이완수(94.70%), 김상욱(92.78%) 선임안과 사외이사 전동진(95.04%) 선임안을 모두 밑돌았다.
과거 기록과 견줘도 낙차가 크다. 김 대표는 2024년 3월 정기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선임될 당시 찬성률은 99.50%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반대로 2년 만에 찬성률이 8.88%p 떨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의 반대 의견대로 네오위즈 이사회 개편이 이뤄지게 됐다. 주총이 끝난 지 두 달여 뒤인 6월 네오위즈는 김승철·배태근 공동대표 체제에서 박성준·배태근 공동대표 체제로 수장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공시상 변경 사유는 게임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개발 중심의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의사를 결국 받아들인 결과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이사는 대표 직에서 물러나고 의장 직만 유지하면서 결국 네오위즈 이사회는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가 이뤄지게 됐다.
사측은 "주주 찬성으로 김 대표이사가 선임된 두 달 뒤 그의 사임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앞서 주총에서 있었던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반대와는 관계 없는 인사였다"고 전했다.
◇14년 만에 맞은 외부 주요주주, 거버넌스 변수로
다만 그동안 사측의 의도대로 움직였던 주주총회에서 노르웨이 국부펀드란 돌발변수가 생겼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반대표가 무게를 갖는 건 펀드의 위치 때문이다.
해당 펀드는 6월 말 기준 네오위즈 지분 5.47%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1334만 달러다. 창업주 나성균 전 의장의 지분율 5.25%를 웃돈다.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최대주주 네오위즈홀딩스(31.32%)에 이은 2대 주주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3월 네오위즈 주식 113만3642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보고했다. 당시 지분율은 5.19%였다. 외부 주주가 네오위즈 지분 5%를 넘어선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직전 사례는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다. EA는 2007년 '피파온라인2' 공동개발을 계기로 지분을 사들였다. 2012년 말 기준 9.13%를 보유했다. 같은 해 12월 블록딜로 지분을 처분하며 관계를 정리했다.
EA가 빠진 뒤 13년간 네오위즈의 5% 이상 주주는 네오위즈홀딩스와 나성균씨 둘뿐이었다. 모회사와 창업주가 아닌 외부 주체가 5% 벽을 넘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사업 제휴 없이 순수 재무적 투자만으로 올라선 사례로는 처음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네오위즈 주주 명단에 있는 것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이 펀드는 2007년부터 네오위즈 주식을 보유해왔다. 투자 규모는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바닥까지 줄었다가 2024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19년 만인 올해 3월 5% 지분율을 넘기게 됐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인정되지만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라는 점도 짚어볼 지점이다. 자본시장법상 단순투자는 임원 선임이나 정관 변경 제안처럼 경영권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의결권 행사 자체는 제한되지 않는다. 지분 신고상으로는 소극적 투자자지만 주총에서는 의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분율이 5%를 넘어선 만큼 내년 주총에서의 판단이 거버넌스의 변수로 남게 됐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신작 파이프라인 가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개발 현장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경영에 우선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개발자 출신 대표를 통해 사업 실행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